[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노환규 신임 대한의사협회 회장(사진)은 "잘못된 의료제도가 의사들로 하여금 편법으로 돈벌이에 나서게 만든 것"이라며 "그 자체는 잘못이므로 의사들이 양심선언을 하고 동시에 제도를 고쳐나가는 데도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17일 보건복지부 앞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취지의 설명을 하며 "조만간 공식 자리를 마련해 양심선언을 포함, 의료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도 밝힐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7월부터 의무화 하는 7개 질병 포괄수가제에 대해선 '진료 거부'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의사들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싸구려 재료를 사용하는 등 원가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이는 환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므로 국민들이 나서 반대해야 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포괄수가제는 '특정 질병 치료비는 얼마'와 같이 정부가 아예 시술내용과 가격을 정해놓고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제도다.

진료의 양이 많고 재료의 가격이 높으면 그만큼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현재의 '행위별수가제'와 반대 개념이다. 행위별수가제에선 의사가 불필요한 검사 등을 남발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병원을 운영하기 쉬워진다.

포괄수가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지만, 정부가 애초부터 가격을 너무 싸게 책정하기 때문에 진료의 하향 평준화가 발생할 것이란 게 의사협회의 반대 논리다.

노 회장은 "정부가 포괄수가제를 강행한다면 진료 거부 외에는 의사들이 택할 방법이 별로 많지 않다"며 향후 강렬한 투쟁 방식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정부는 진료 수가를 너무 낮게 책정하고, 의사들은 무기력하게 그에 따라가며 편법으로 돈을 벌고, 그러다 걸리면 국민에게 욕을 먹는 게 지금까지의 악순환 구조였다. 이를 해소하려면 의료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보건의료 사업 거의 모두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노 회장은 역대 의사협회장 중 가장 강성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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