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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부동산 업계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90%가 건설 부동산 경기 체감지수가 최하위인 '1'수준이라고 답했다. 특히 건설부문은 부도율이 매달 늘어나고 있어 정부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
이렇게 바닥으로 치달은 적도 없다고 했다. 돌파구는 커녕, 비상구조차도 안보인다는 것이 현재 건설업계와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건설과 부동산 업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더 이상 돌파구가 없다는 이야기 까지 나오고 있다. 기대감을 나타냈던 5·10 부동산 대책은 업계의 입을 빌리자면 “아니올시다”였다.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장이 안개 속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건설부동산 시장이 현재 어디로 치닫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지난해 건설업 성장률은 -4.6%로 곤두박질쳤다. 금융위기 당시인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건설업계가 침체하면서 성장률도 0.5% 포인트 떨어졌다. 건설 부동산 업계의 침체는 올해 더욱 극심해졌다. 건설업체 부도는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고 부동산 중개업소 마저 문을 닫게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건설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지 향방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설과 부동산업계가 동반침체기에 접어들어 하락 주체가 불분명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얘기다.
본지는 대형건설사 7곳과 부동산 중개업소 15곳을 대상으로 비공개 긴급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는 거의 최악 수준이었다. 특히 건설과 부동산 경기를 묻는 ‘체감도’ 질문(최하1에서 최상10)에서는 조사에 응한 전체 20곳이 최하인 ‘1’을 적어냈다. 나머지 2곳도 2와 3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20곳은 부동산 경기 침체 이유로 ‘불경기’를 꼽았다. 불경기가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가속화시키면서 건설사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5·10 부동산 대책에 대한 질문에서는 22곳 전부 이구동성으로 ‘불만족’을 표시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표면적인 미봉책에 그칠뿐 실질적으로 건설과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서울시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무조건 ‘개발’ 보다는 이제 새로운 주택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며, 서울시 정책에 찬성 의견을 보낸 건설사와 부동산 중개업소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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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계가 침체기지만 부동산 중개업소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퇴나 베이비부머 등이 늘면서 중개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
건설과 부동산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현재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투기지역에는 현행보다 더욱 더 강하게 법률을 적용해야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건설 부동산업계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는 22곳 모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 속“이라고 답해 현재 최악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점을 경고했다.
공공·민간부문 동시침체…업계부도 도미노
대한건설협회가 최근 발표한 국내 건설수주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국내건설공사 수주액은 8조34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7.2% 감소한 수치다. 특히 민간부문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민간 주거용 건축은 6개월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으며,내 민간부문 수주액은 6조353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11.2% 감소했다. 공종별로는 토목이 경남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인천∼김포간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등 토지조성 및 도로공사로 인해 호조세를 나타냈지만 플렌트 설치 등 여타 공종의 부진으로 전년동월대비 36.1% 감소해 민간부문의 감소세를 막지 못했다.
건축은 삼성의 수원 그룹 계열사 대규모연구단지, 계명대 동산의료원 새병원 신축공사 발주가 이어지며 비주거용은 호조를 보였지만, 주거용 건축이 전년동월대비 10.8% 감소하는 부진을 보여 전체적으로 전년동월대비 0.8% 증가에 그쳤다.
공공건축은 세종시 신청사 및 공공기관 지방 이전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비주거용건축이 부진했고 주거용건축도전년동월대비 85% 감소하는 등 동반 하락하면서 전체적으로 전년동월대비 38% 감소했다. 공공부문 공사 발주와 세종시를 비롯해 지방의 주택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전년동기 28.1% 증가하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이 같은 증가율은 대형공사 발주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협회측의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특히 수도권의 경우 주택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건설수주 증가세가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건설부동산 위기는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일부 도산사태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시공 평가액 순위 100위 안에 들어가는 중견건설사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탄탄하기로 소문난 풍림산업의 부도로 중견 건설사들에 대한 ‘부도’ 공포가 건설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심지어 다음번 부도업체에 관한 소문이 그럴듯하게 나돌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3월 어음 부도율’에 따르면 건설업체 수는 지난 2월보다 6개 늘어난 17개나 됐다. 건설업체는 지난해 12월에 36개 업체가 부도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1월부터 감소로 돌아선 상태다. 이는 미분양 주택수가 줄어들면서 지역건설업체의 돌파구가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3월로 접어들면서 다시 증가세로 바뀌고 있다.
이처럼 잇따르는 건설업체의 부도 소식에 건설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주택 인허가는 물론 아파트 등을 위주로 건설업계가 살아날 것처럼 보였지만 3월로 들어서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며 “부도업체가 늘고 있다는 것은 실물경기가 뒤를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중견건설사 위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구·인테리어 등 관련업계까지 파장
건설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관련 산업 전체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은 가구업체다. 올해 1분기 에넥스, 보루네오, 퍼시스, 코아스 등 가구업체들은 성수기지만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건설경기 침체에도 꾸준한 호조세를 나타냈던 한샘 등도 매출 부진을 막지 못했다.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특판(아파트 등에 대량으로 납품)이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하반기에는 납품 할 곳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된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자재업체들도 더욱 심각하다. 건설사에 자재를 납품하던 A업체 B영업부장은 “요즘 같은 불황은 유례가 없었던 것 같다”며 “큰 문제는 자재를 납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수금조차 되지 않아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대부분 부도가 난 상황이다”고 말했다.
B부장은 건설 경기 침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과거와 달리 건설사들이 아파트에 목메지 않고 다른 공사 발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B부장은 “최근 아파트가 중소형 위주로 재편된다며 건설 경기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지어도 분양가에 비해 이익이 없고 분양에도 자신이 없어 시공 자체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관련업계는 도배와 장판, 인테리어, 이삿짐 등 소규모 영세사업자들까지 포함하면 엄청나다. 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 규모는 약 72조원이며 이 중 주택 관련을 제외하고 연관된 산업은 32조원에 이른다. 주택 거래에서 창출될 수 있는 일자리도 41만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이들이 얼마나 위기에 처해 있는지 제대로 된 조사 조차도 없는 상황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건설업계와 부동산 업계가 불황이지만 부동산 중개업소는 오히려 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월까지 전국 공인중개업소는 8만4023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3개 늘어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개업소가 줄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정 반대다.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폐업하는 사례도 많지만 명퇴나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부동산중개업소를 오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사례를 종합해 봤을 때 중개업소가 늘고 있다는 것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며 “부동산 시장은 언제가 되살아 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지면서 퇴직자들이 여기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 “지금이 바닥 정부가 적극 나서라”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주택거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팔려는 사람은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중대형 위주로 아파트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며, 수요자 역시 집값이 더욱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형국이다. 현재 중대형 아파트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중소형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한 분양 관계자는 “지방을 위주로 아파트 분양 열풍이 불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이제 주택은 실수요자로 시장이 바뀌고 있는 만큼 분양 열풍이 언제 식을지 모를 일”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주택이 투자가치로서는 끝났기 때문에 아파트 프리미엄이 없어지면 바로 미분양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건설사들이 아파트와 주택건설에 소극적인 이유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는 물론 부동산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정치권의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5·10 부동산 대책 외에도 공공부문에 대한 건설투자를 확대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등의 정책과 더불어 정치권은 금융권의 PF운용에 대한 시각을 넓혀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관련 규제를 전부 열어달라는 다소 위험한 요구겠지만, 현재 상황에는 이마저도 불확실 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시장이 살아도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련 규제를 한시적이라도 동시에 열어줘 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지 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 부동산시장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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