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금강산을 떠난 미국으로 건너간 금강인가목의 자손. 미국에서 영국 에딘버러 왕립식물원에 분양된 개체의 종자발아를 통해 2년간 증식한 것이다.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북한의 금강산에만 살고 있는 특산식물 금강인가목이 95년의 긴 여정을 거쳐 우리나라로 돌아온다. 1917년 미국으로 반출된 뒤 영국을 거쳐 들어오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22일 산림청에 따르면 국립수목원(원장 신준환)은 우리나라 고유식물이지만 남한엔 없는 금강인가목을 영국 에딘버러왕립식물원으로부터 오는 26일 분양받아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이는 우리 식물종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생물주권을 확인하는데 이바지하게 된다.

돌아오는 금강인가목은 미국의 식물채집가 윌슨이 1917년 금강산에서 수집(Wilson no. 10247)해 미국 하버드식물원에서 증식한 뒤 1924년 영국 에딘버러식물원에 분양한 개체의 종자발아를 통해 2년간 증식한 것이다.

금강인가목은 자생지인 북한을 빼면 현재 유일하게 에딘버러식물원만 갖고 있고 하버드식물원의 개체는 이미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95년만에 돌아오는 금강인가목이 꽃을 피웠다.

이번 분양은 2010년 국립수목원과 에딘버러식물원이 ‘생물자원정보의 수집?연구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데 바탕을 둬 생물자원 정보교류협력의 하나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특산식물속 8종 중 7종을 확보하게 된다.

우리나라 고유식물로서 다른 나라엔 없는 특정 속(genus 屬)은 ▲금강인가목속(Pentactina) ▲제주고사리삼속(Mankyua) ▲모데미풀속(Megaleranthis) ▲매미꽃속(Coreanomecon) ▲개느삼속(Echinosophora) ▲미선나무속(Abeliophyllum) ▲금강초롱꽃속(Hanabusaya) 등 7속이다.

이들 중 6속은 1속 1종이며 금강초롱꽃속만 금강초롱과 검산초롱이 있어 특산식물속은 7속 8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으며 자원가치도 높은 특산식물속의 8종 중 금강인가목과 검산초롱 2종은 남한에 없다.

금강산에만 사는 금강인가목은 금강국수나무라고도 한다. 북한에선 종 자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 중이며 남한에선 볼 수 없다. 특산식물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나라 고유식물이므로 자원으로서 가치가 높다.

국립수목원 연구기획팀 이정희씨는 “우리나라 고유식물로서 자원가치가 높은 특산식물을 확보하는 건 우리 생물종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주권확인에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생물자원에 대한 국가의 소유권’, 즉 생물주권 확보를 둘러싼 나라간 각축전이 뜨거워져 생물유전자원은 ‘그린골드(Green Gold)’로 불리며 중요한 자원으로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금강인가목은?
산지의 바위 곁에서 밑으로 처져 자라며 높이는 70cm쯤 된다. 작은가지는 적갈색이고 능선이 있으며 골속은 흰색이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 또는 피침형으로 끝이 뾰족하다. 잎자루는 거의 없고 톱니가 2∼3개 있다. 뒷면은 회록색이다. 백색의 작은 꽃은 6월께 원추꽃차례로 피며 양성화이다. 작은 꽃대는 1mm쯤 되며 꽃잎은 선형이다. 꽃받침 잎은 삼각형으로 열매의 것은 뒤로 젖혀진다. 수술은 짧고 백색이다. 열매는 2mm쯤으로 8∼9월 흑갈색으로 익는다. 종자는 방추형이고 갈색으로 금강산에 분포한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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