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우리에게는 한쪽 팔을 잘라내는 듯한 고통스런 선택이 목전에 닥쳤다"고 말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출당이나 제명의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퇴를 거부한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역사가 우리에게 악역을 요구한다면 그것 역시 감당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당이 국민 위에 설 수 없다는 대원칙이 오늘 우리가 결단하고 가야할 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강 비대위원장은 "최후의 선택은 한가지임을 모든 비대위원들이 동의했다. 오늘 회의는 그것을 집행하기 위한 회의"라며 사퇴요구를 거부하는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등의 출당 제명을 시사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혁신비대위는 지난 보름간, 경쟁명부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 여러분께 대의를 위해 물러나주실 것을 요청드렸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런 고통스런 자리에 제가 앉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면서 "어제 밤을 고뇌와 번민으로 지새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검찰의 야당탄압과 정치사찰에 대해 당은 당당하게 맞설 것"이라며 "국민이 우리를 지지하는 한, 이명박 정부의 주구에게 속절없이 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심은 통합진보당의 석고대죄를 요구하고 있다. 혁신과 쇄신의 석고대죄가 오늘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혁신을 망설이고 또 실패한다면, 오는 12월 정권교체를 이뤄내라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야권연대의 동지들과 진보정치의 주역들이 모두 오늘 우리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가 성찰과 혁신의 행보를 주저하거나 포기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정당하나가 주저앉는 것이 아다. 진보정치 자체가 외면과 질타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원들을 향해 그는 "오늘 우리는 멸족의 위기에 처해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당원들이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만큼 통합진보당도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오후 3시 현재 비대위 회의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권파인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 윤태섭 경북도당위원장등이 비대위 회의 참관을 요구하며 회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당원비대위 소속인 이들은 비대위에 앞서 강기갑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며 회의를 20분이나 지연시켰다. 면담에서 이들은 "진상조사위를 즉각 가동하라"며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당기 회부를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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