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지 100일만에 시너지효과를 톡톡히 보고있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하이닉스 청주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는 모습.

함께 한지 100일. SK그룹과 SK하이닉스가 서로의 ‘덕’을 제대로 보고 있다.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신용 등급이 올라갔고, 대외 신인도도 무척 높아졌다. 무엇보다 서로간의 시너지 효과가 눈에 보일만큼 확연하다는 점이다. 지난 100일간 SK그룹과 SK하이닉스의 즐거운 동행길을 되짚어보고, 장래의 행보도 예측해본다.

SK그룹과 한식구가 된 SK하이닉스가 최근 100일을 맞았다. SK그룹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지난 2월14일 SK하이닉스 인수의 마지막 절차인 주식 인수대금 납입을 완료한 뒤 지난 23일로 꼭 100일이 됐다. 하이닉스 인수 당시 많은 우려를 낳았던 SK그룹은 인수 100일동안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확실한 성과를 거뒀다.

대외 신인도 향상·수출형 그룹 체질개선
지난 100일 동안 SK그룹과 SK하이닉스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그룹사로 편입시키면서 올해 4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투자 규모인 3조5000억원 보다 20% 가량 늘어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을 상대로 한 신주(14.7%) 발행으로 2조3426억원의 재원을 확보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게 됐다. 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은 하이닉스가 SK그룹으로 편입된 직후 신용등급을 1~2단계 올린 바 있다. 대외 신인도가 높아지면서 상반기 공채에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지원자가 몰렸다.

SK그룹은 “100일간 SK하이닉스가 과감한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으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SK그룹은 든든한 제3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SK그룹과 SK하이닉스는 100일 동안 쌍방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맛봤다. 우선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 이후 수출지향형그룹으로 확실히 체질 개선을 이뤘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인수된 지난 1분기, SK그룹의 제조업 계열 수출 비중은 1분기 사상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비즈니스 노하우와 전 세계 15개국 이상에 펼쳐진 하이닉스의 해외사업망을 토대로 SK그룹의 ‘글로벌 영토’가 크게 확장된 셈이다.

또 모기업인 SK텔레콤과 함께 다양한 융합형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SK텔레콤은 ICT산업의 핵심 트렌드인 ‘융합과 혁신’을 위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해왔고 SK하이닉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SK그룹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를 품에 안으면서 에너지와 통신에 이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글로벌 기업을 더욱 더 탄탄하게 만든 요소이기도 했다.

SK가 하이닉스를 선택한 이유는 ‘기술’과 ‘글로벌’이라는 요소를 모두 갖춘 하이닉스를 품으면 커다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채권단 경영체제에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2위 자리를 유지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력은 기존 SK 계열사들과 녹색에너지 사업, 스마트카 및 모바일 솔루션 사업 분야 등과 맞물리면서 벌써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 E&S의 경우 현재 SK하이닉스와 지붕형(Roof-Top) 태양광발전소 건립 방안을 협의중이다. 태양광산업에 반도체 웨이퍼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사업협력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녹색에너지 사업, 스마트자동차와 모바일 솔루션 사업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는 SK일원으로 새롭게 출발한 노와 사가 함께 ‘한솥밥 한식구’의 마음으로 적극 협력하는 등 노사관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최태원 회장 ‘생존형’ 조직을 ‘성장형’ 탈바꿈
SK하이닉스의 수장에 오른 지 100일을 맞은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인 것이 많다. 하이닉스의 변화를 이끈 첨병역할을 톡톡해 해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 회장은 인수 전부터 구상해온 하이닉스 성장 비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직접 챙겨왔다, 하이닉스의 국내외 공장을 수시로 찾아다니는 ‘발로 뛰는 경영’을 통해 조기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이닉스가 SK그룹에 인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본 엘피다 인수전에 뛰어들 정도의 글로벌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최 회장의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발 빠른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면서 두번째 수읽기가 가능했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를 단기간 ‘생존형’조직에서 ‘성장형’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최 회장은 인수전부터 설계해 온 하이닉스 성장 비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직접 나서서 꼼꼼히 챙겼다. 최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하이닉스를 반드시 성공시켜, 그룹의 성장 축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하이닉스의 국내외 공장을 수시로 찾는 등 ‘발로 뛰는 경영’을 하며 하이닉스 조기 정상화에 앞장서고 있다. 인수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이천공장과 청주공항을 5차례나 찾았고, 중국 우시공장도 벌써 2차례나 방문했다.

SK그룹 이만우 전무는 “SK하이닉스는 국가의 미래사업인 반도체 사업으로 국가경제에 기여할 뿐 아니라 SK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며 “앞으로도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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