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불교 사찰들은 만약의 재해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지난 2005년 강원도 양양지역 산불로 천년 고찰 낙산사가 소실되고 사찰의 화재보험 가입 여부가 이슈가 된 바 있다.

당초 낙산사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고 알려지면서 우려를 자아냈지만, 대한화재 '장기종합 춘하추동보험'에 가입해 5억원의 보상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사찰은 화재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담보 가치를 측정하는 보험사와 사찰 간의 이견 차가 워낙 큰 데 따른 것이다.

보험사는 사찰을 단순 목조건물로 분류하고, 그에 걸맞는 보장 구조를 설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불교계 측은 사찰에 보관되어 있는 불상 등의 문화재 가치가 상당한 만큼 단순 화재보험 성격으로 보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내 한 손보사 관계자는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해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며 "사찰 측에서 워낙 부담을 많이 느끼다보니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경북 경주시에 소재한 불국사와 석굴암은 사고 시 최대 150억원을 받을 수 있는 '사찰종합보험'에 가입해놓고 있다. 하지만 불국사는 1년에 3100만원의 보험료를 감수해야 한다. 석굴암도 900만원 정도의 고액 보험료를 매년 납부하고 있다.

사찰종합보험을 가장 활발하게 판매하고 있는 곳은 동부화재다. 동부화재는 2011회계연도 기준으로 269곳의 사찰이 화재보험에 가입했다. 연간 수입보험료가 5억 7000만원에 이른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불국사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소규모의 사찰"이라며 "지난해 15건의 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으로 8000만원 정도가 지급됐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콘크리트 구조물의 사찰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화재보험 가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문화재 평가 등을 놓고 갈등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 손보사의 경우 연 평균 10건 정도의 신규 가입이 이뤄지는 가운데 보험료는 월 10~15만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로 인한 건물 손해 복구 및 우기 태풍으로 인한 풍수해 손해를 보상하는 수준이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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