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직장인 이주희(가명ㆍ35)씨는 지난 주말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나 꽃다웠던 20살 풋내기 학창시절로 돌아갔다. 처음 나간 미팅에서 폭탄(못생긴 남자)을 만났던 일, 시험 전날 도서관에서 끼니도 잊고 밤 샜던 일 등을 더듬으며 옛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당시 즐겨먹던 메뉴들이 떠올랐다. 이씨는 "당시 국내에 해외 패스트푸드로는 버거킹ㆍ웬디스ㆍ하디스ㆍ맥도날드 등이 있었는데 이 중 웬디스와 하디스는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왜 없어졌는지 모르겠지만 가끔씩 그때가 그 맛이 그립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잘 나가는 유명 외식브랜드들이 국내에서는 영 힘을 못 쓰고 있다. 국내 패스트푸드 시장 1위는 맥도날드를 제치고 롯데리아가 차지하고 있고, 패밀리레스토랑 분야에서는 CJ푸드빌의 빕스가 아웃백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커피전문점도 상위 7위권에 카페베네ㆍ엔제리너스ㆍ투썸플레이스ㆍ할리스ㆍ탐앤탐스 등 토종브랜드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토종 패스트푸드인 롯데리아는 5월 현재 총 101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는 260개점에 그친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3000여개에 이르는데 이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국내에는 적게 들어와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밖에도 2000년대 초반까지 대표적인 패밀리레스토랑으로 손꼽혔던 토니로마스ㆍ마르쉐도 최근 매장 수가 2~3개로 줄었다. 잘 나갈 때에는 매장 10개 내외씩 운영됐던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외식시장 규모가 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일본처럼 확 큰 것도 아니다"며 "그런데 다양한 외식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1980~1990년대에는 웬디스와 하디스 버거가 있었다. 미국에서 맥도날드ㆍKFC와 함께 3대 햄버거로 손꼽히는 웬디스는 1985년 국내 최초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로 시장을 확대하며 한때 매장 80여개까지 운영했다. 하디스 역시 미국 내에만 3000여개의 체인점과 중동,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지역 등 해외에 진출해있지만 국내에서는 1990년 종로2가에 1호점을 개장한 이후 2003년 11월 완전 철수했다.

당시 하디스를 운영했던 세진푸드시스템 관계자는 "매장이 가장 많았을 때는 40여개까지 있었지만 이후부터 매년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면서 "2003년 당시 패스트푸드가 '정크푸드'라는 인식이 강하게 불던 시기였고, 이후 햄버거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떨어져 업종을 전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패스트푸드의 경우 신메뉴 개발 등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롯데리아는 정크푸드 바람이 불 때 이를 떨쳐내기 위해 한우불고기버거 등을 개발했고, 미국산 광우병이 터졌을 때에는 라이스버거를 내놓기도 했다"면서 "토종 입맛을 잡기위해 해외에 없는 메뉴들을 선보였고 매장도 카페형으로 바꾸는 등 계속 진화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웬디스ㆍ하디스가 나왔던 80~90년 당시만 해도 베이컨ㆍ치즈가 들어간 버거가 느끼하다고 생각하는 고객이 많았다"며 "지금이야 국내 고객들의 입맛이 서구적으로 많이 변화했기 때문에 버거킹ㆍKFC 등이 판을 더 키우고 있지만 그땐 서양음식이 생소했던 시기였고, 선두업체들이 메뉴 현지화에 미숙했기 때문에 국내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웬디스ㆍ하디스가 국내 고객들의 입맛이 서양식으로 변하는 시기보다 너무 일찍 진출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예전에 들어왔다 철수했던 해외 외식 브랜드들이 다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피자헛, KFC 등을 운영하는 미국 외식업체 얌(Yum) 브랜드의 타코벨은 1980년대 국내 4~5곳에서 영업을 하다가 철수했지만 2010년 한국 진출을 재개했다. 타코벨은 멕시코식 패스 트푸드점으로 타코ㆍ케사디야ㆍ브리토 등 채소와 고기를 멕시코식 또띠야에 싸 먹는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년 전만해도 멕시코 음식은 국내 소비자들한테 생소했던 메뉴"라면서 "그런데 이제는 이탈이아, 멕시칸, 베트남, 터키 등 다양한 국가의 음식 메뉴들을 거부감 없이 접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영업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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