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도 '지각개원'을 면치 못할 위기다. 5일에 열기로 당초 여야가 합의했던 개원식이 원구성 협상 난항으로 요원해지면서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의 '탈북 변절' 발언을 둘러싼 설전과 공방만이 국회를 가득 채우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들에게는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원구성 협상이 원만하게 되지 못해서 오늘 국회는 열리지 못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오늘 오전에 연락을 하기로 했으나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아직 저는 희망을 갖고 있다. 다시 접촉해서 오늘 집회만은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데 필요한 상임위원회는 분명히 우리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것이 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상임ㆍ특별위원장 자리를 10(새누리당)대 8(민주당)로 배분하는 원칙에 관해서는 입장차를 좁혔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나 국토해양위원회, 정무위원회 가운데 한 곳을 반드시 내어달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새누리당이 거부하면서 최종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대신 외교통상통일위원회나 국방위원회를 넘기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거절했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물밑 회담을 이어가고 있으나 양 쪽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제1야당 원내대표가 방송에서 "오늘 국회는 안 열린다"고 '공언'을 해버린 만큼 극적 합의를 기대하긴 어렵다.

국회가 공전으로 시작할 공산이 커진 가운데 여야는 여전히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임수경 민주당 의원의 '탈북 변절' 발언과 관련해 "소속 정당(민주당)은 공당으로서 응분의 징계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날 박지원 원내대표가 "임수경 의원의 사과와 반성, 해명에 우리 당은 믿고, 저도 신뢰를 보낸다"며 "당으로서 조치할 것은 없다"고 선을 그은 데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북한인권법을 발의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날 라디오 방송에서 "(임수경 의원의 발언 내용을 들으니) 대한민국 국회의원인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인지 분간이 안 된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할 듯한 얘기"라고 일갈했다.

윤 의원은 이어 "충성의 대상이 북한 김정은인 듯한 발언을 한 사람을 (소속 정당이) 가만히 두고 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게 제대로 된 정당인가. 의심스러운 정당 아니냐"고 비난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제 국회의원이 됐으면 신중한 언행을 해야 하는데 우발적인 실수가 있었다"면서 "본인도 반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별도 조치는 없다'는 전날의 입장에서 달라진 언급은 없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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