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를 맞이했다. 친박계가 장악한 지도부와 비박 주자들이 새누리당 대선 경선 규칙을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어서다.

정몽준·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10일 경선관리위원회가 출범한다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박 주자 3인은 전날 개별회동과 전화통화 등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이 같은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의 대리인인 안효대 의원과 권택기·차명진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들과) 사전에 경선룰을 협의하는 것은 당의 화합과 경선승복을 위해 이어져 온 관례"라며 "이런 과정을 생략하겠다는 것은 특정 후보를 추대하는 요식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비난의 화살은 황 대표를 정조준했다. 이들은 "황 대표가 실무책임자 면담 대신 일방적인 경선관리위원회 출범과 면담계획을 통보해왔다"며 "신뢰를 저버린 황 대표와는 만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 대리인은 이어 "황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각 후보들과 직접 만나 공정한 경선관리와 의견수렴을 약속했지만 곧바로 경선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스스로 약속을 깼다"고 비난했다.

앞서 황 대표는 전날 의원연찬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당헌·당규상 대선후보 경선을 맞추려면 날짜가 빠듯하다"면서 "현행 당헌당규에 따라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경선 룰에 결함이 있는지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정된 대로 11일 경선관리위를 출범시킨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친박계 서병수 사무총장도 "오픈프라이머리는 실익도 많고 문제도 많은데 왜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비박 주자들이 경선 보이콧을 주장하는 것은) 기 싸움 아니겠느냐"고 의미를 축소했다.

황 대표는 연찬회를 마무리한 뒤 황영철 대표비서실장을 통해 비박 주자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만남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에 대해 '관리형 대표'라는 평가가 많았다. 부산 출신의 한 의원은 전날 기자와 만나 "황 대표는 그동안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지난해 원내대표가 된 이후부터 지켜보면 보이지 않는 내공이 있는 것 같다"며 "이번 룰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황 대표의 첫 시험대"라고 말했다.

세 후보가 예고대로 경선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승리 이후 공약 실천 등을 통해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벌이던 박 전 위원장의 첫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비박 주자 3인방이 경선 룰에 반발하며 탈당해 대선 출마를 감행한다면 그 파괴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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