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신한금융투자가 회생절차 폐지 결정 직전, 담보로 잡은 범양건영 주식을 전량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양건영의 주거래은행은 공교롭게도 신한은행이다. 내부정보를 활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7일 개장과 함께 하한가인 494원에 범양건영 주식 81만5521주를 매각했다. 이 주식은 범양건영의 최대주주인 베리티비티 지분으로 신한금융투자가 담보고 잡고 있던 것이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측은 주식담보대출 담보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리스크 관리 내부규정에 의해 처분가능한 시점 첫날에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의 반대매매로 하한가로 떨어졌던 범양건영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회사회생절차 속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틀 연속 200만주 이상 거래되는 가운데 액면가인 500원을 회복했다. 8일에는 장중 611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8일 장종료 후 회생절차가 채권단 회의에서 부결됐다는 공시가 나왔다. 거래는 바로 정지됐다. 마지막 거래가격은 525원이었다. 12일에는 회생절차 폐지 공시가 나왔고, 한국거래소(KRX)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에 대한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범양건영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재신청할 예정이지만 이미 부결된 상황이라 반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8일 속행된 3회 관계인집회에서 회생안에 대해 담보권자조의 15.5%, 채권자조의 47.8%만 찬성했다. 회생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담보권자조의 66.7%, 채권자조의 75%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회생절차를 재개하지 못하면 이대로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7일간 주어지는 정리매매를 통해 헐값에 주식을 처분하거나 비상장 회사의 주주로 남아야 한다. 보통 정리매매때 주가가 1/10토막 이상 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신한금융투자는 정상가격에 팔 수 있는 막차를 절묘하게 탄 셈이다.

공교롭게도 범양건영의 주채권은행은 신한금융지주의 계열사인 신한은행이다. 주채권은행이 채권단에서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회생절차 승인 여부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주요 축이다.

이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은 신한금융투자의 막판 담보권 행사에 대해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마지막 관계인집회를 앞두고 그 결과에 대해 주채권은행이라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을 것"이라며 "설사 신한금융투자쪽에서는 이를 인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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