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유럽 4위의 경제대국 스페인과 동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가 공식적으로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 17개국 가운데 5개국이 구제금융 ‘사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스페인과 키프로스는 구체적으로 구제금융에 얼마만큼의 자금을 요청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구제금융에 새로운 조건이 첨부됐는지에 대해서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다만 스페인은 다음달 9일까지 구제금융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 9일 부동산 거품 붕괴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 지방은행의 증자(재자본화)를 위해 최대 1000억유로(약 145조229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구제금융 방식과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와 양국 정부는 구제금융이 정부를 경유해서 은행에 전달하는 방식 대신 은행에 직접 이뤄지기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를 경유할 경유 그만큼 국채가 늘어나게 되면서 양국 정부의 국채 발행 능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부채위기가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스페인의 국채 프리미엄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더 이상 스페인이 국제자본시장에서 국채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주 6.19%였던 스페인 국채 수익률은 어제 6.59%로 치솟았다.

하지만 독일 및 다른 국가들은 은행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회원국 은행에 대한 직접지원은 규정에 없을 뿐 아니라 은행에 직접 지원할 경우 은행들이 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통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3일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3단계 하락한데 이어 25일(현지시간) 28개 스페인 은행에 대한 장기채권 등급을 투기등급인 '정크' 등급으로 강등했다.

키프로스 역시 그동안 구제금융 신청이 예상되어왔던 국가중에 하나였다. 키프로스는 러시아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것에 대해 협의해왔지만,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EU에 손을 벌리게 됐다.

WSJ는 키프로스 재정부 관료를 인용해 키프로스 정부는 EU로부터 1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유럽집행기관에서 구제금융 지원 금액을 삭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미 키프로스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정크 등급을 받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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