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최대 1000억유로(143조1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은행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 자금이 스페인 정부를 거치지 않고 은행권에 바로 투입될 전망이다. 이는 스페인 정부가 바라왔던 사안으로, 스페인은 추가적은 국채 부담 없이 자국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루이스 데 긴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한 기업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스페인 정부와 EU간에 구제금융자금의 은행직접투입건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제금융 자금이 스페인 정부를 거치지 않고 곧 바로 금융권에 투입되는 것은 추가적인 스페인 국채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스페인 정부가 바라왔던 사안이지만, 독일 등 북유럽국가들은 반대해왔던 사안이다.

긴도스 장관은 스페인 은행에 대한 직접 구제금융 자금 투입은 유럽중앙은행(ECB)이 EU내 은행권에 대한 감독기관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조건하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U관계자들은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은행감독권한이 ECB로 옮겨지는 것은 올해 말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9일 유럽정상회담에서 EU정상들은 범EU은행 감독 기구를 설치하고, 이 기관이 은행들에 대한 직접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와 같은 조치는 각국의 부실은행과 재정 취약성과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마련된 조치다.

실제 스페인의 예를 들자면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이 스페인 정부를 거칠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달하는 부채가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스페인의 부채 증가에 대해 우려하면서, 결국에는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것이라는 공포로 이어질 위험성이 제기되어 왔다.

긴도스 장관은 양해각서는 다음주로 예정되어 있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 전에 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양해각서에는 스페인 은행들이 EU에게서 지원받는 자금에 대한 이자 등이 별도로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예상하고 있는 금리 및 상환일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거부했다. 다만 긴도스 장관은 "스페인 은행들의 구제기금에 대한 상환 일정은 은행들이 충분히 회생한 뒤로 충분히 길 것"이라고 말했다.

긴도스 장관은 부실 부동산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배드뱅크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지지한다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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