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국내 10대 그룹의 계열사간 수의계약을 통한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8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은 일반적인 경쟁계약과 다르게 경매, 입찰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거래상대방을 정하는 계약방식이다.

9일 재벌닷컴 등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회계연도 기준 상위 10대 그룹의 계열사간 상품 및 용역거래 매출총액 중 수의계약을 통해 발생한 비중이 전체의 87.1%로 집계됐다. 계열사간 수의계약 매출총액 규모는 132조9793억원으로 전체 매출총액 152조7445억원과 약 20조원 차이에 불과하다.

계약건수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더욱 심각하다. 10대그룹의 지난해 계열사간 내부거래건수는 4987건으로 이중 4254건이 수의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내부거래건수의 85% 이상이 수의계약이었던 셈이다.

재계 순위가 높을 수록 수의계약 비중이 컸다. 삼성그룹은 계열사간 거래로 발생한 매출총액 35조4340억원 중 93.3%가 수의계약을 통해 발생했다. 계약건수를 기준으로하면 전체 계약건수 1114건 중 96.9%인 1079건이 수의계약이었다.

이어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수의계약비중도 90%를 상회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계열사간 매출총액의 91.4%, 29조3706억원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수의계약 건수는 전체 거래건수의 82.4%인 1382건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조사 등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SK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SK그룹은 계열사간 매출총액의 90%인 30조5383억원이 수의계약으로 발생했고 거래건수 비중은 89%나 됐다.

대기업의 계열사간 수의계약은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는 이유로 소위 '일감몰아주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돼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 1일부터 구체적인 거래방법 등을 명시한 모범기준을 만들어 이들 대기업에 통보했다. 계약체결과 관련한 공시규정도 강화해 경쟁입찰, 수의계약 여부를 명시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위법성이 있을 경우 적절한 수준의 제제를 취할 계획이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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