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나석윤 기자]검찰이 서울 강남의 초대형 룸살롱을 전격 압수수색한 이후 강남지역 룸살롱이 또다시 된서리를 맞았다. 기업인, 정치인 추문에 이어 '룸살롱 황제' 이경백 사건으로 신분 노출을 꺼리는 손님들이 룸살롱 출입을 끊었다. 이에 관련업계는 당분간 불황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0일 밤 10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S호텔 지하 룸살롱 '어제오늘내일'은 입구에 '내부수리중'이라는 안내문만 걸어 놓은채 유리문을 굳게 잠갔다. 속칭 'YTT'로 불리는 이 룸살롱은 지난 5일 밤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인근 상인은 "어제까지 영업을 했는데 오늘 갑자기 문을 닫았다"며 "비수기인 여름 휴가철에도 손님이 많은 곳여서 문닫을 이유가 검찰 압수수색 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했다. 영업을 중단한 탓인지 주변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한적했다. 대리주차 직원이나 웨이터 등도 전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전세버스에서 내린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호텔 로비로 들어가면서 잠시 북적였다.

YTT는 국내 최대 룸살롱으로 통한다. 지하 1~3층으로 이뤄진 가게 내부에는 180여개의 룸이 마련돼 있다. 상주하는 웨이터 수만 700여명, 정규직 여성 접대부는 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풀살롱' 영업을 하는 이 곳은 지상 18층 높이의 호텔방 일부를 '2차' 장소로 사용했다.

'YTT'가 있는 경복아파트 사거리에서 신논현역 사거리까지 약 2km 구간에는 룸살롱 등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다. 그러나 이날 영업을 하지 않는 유흥업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띠었다. 일부 영업중인 유흥업소마저 손님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신논현역 인근 룸살롱 입구에 이르러서야 웨이터들과 발렛파킹 요원으로 보이는 직원 10여명이 잡담을 나눌 정도였다.

자정 무렵, 강남역과 국기원 사거리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역삼동에 위치한 한 바(Bar)에 10여분간 머물렀다. 손님으로 보이는 승용차 두 대가 들어섰을 뿐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골목 안쪽에 자리잡은 룸살롱에는 직원, 웨이터들만 삼삼오오 모여있고 찾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예전 같으면 으례"여성접대부가 있다"며 따라오는 호객꾼들도 사라지고, 겨우 한명 밖에 만나지 못했다. 　

'YTT'의 압수수색에 이 지역의 일부 룸살롱들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역삼동에서 룸살롱 영업을 하고 있는 K부장은 "YTT를 이용하던 일본인 관광객이 검찰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우리 가게로 왔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YTT의 탈세ㆍ뇌물상납 정황을 포착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업소와 경찰 간 유착관계도 파헤치기 위해 강남 일대 유흥업소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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