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언제까지 정부의 눈치만 봐야하는 겁니까. 기업이 자선사업단체도 아니고, 이건 해도 너무하네요."

정부의 일방적인 가격 규제에 식품업체들이 죽을 맛이다. 원재료 비용 탓에 영업이익률은 나빠지고 적자요인이 누적되면서 수익구조는 악화됐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 식품업체들은 원가상승분을 반영해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정부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다. 가격을 인상한 업체들 역시 하루도 못가 철회하거나 유보가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이 햇반과 다시다 등의 가격을 19일 인상한다고 예고하자 정부가 이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힌 것만 봐도 최근의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여름철 수해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할 여지가 있는 만큼 적절한 수준에서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가공식품 가격 인상 문제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품업체들 사이에서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이 금기가 된지 오래다. 괜히 나서서 욕먹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총대를 멜 때까지 기다렸다가 따라가는게 최선책이란 판단에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성과물을 남기기 위해 물가잡기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 같다"며 "원재료 상승과 정부의 가격 압박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대기업들도 이렇게 힘든데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냐"며 "식품업체들이 눈치 보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이런 식의 규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부가 식품업체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통신요금이나 항공료 등 비싼 요금들은 못내리면서 별로 남지도 않는 식품 가격을 억누른다고 아우성인 식품업체들의 푸념에 귀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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