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구조조정 전문가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의 깜짝 한국방문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곤 회장은 지난 19일 일본 닛산 본사를 방문하고 부산을 통해 입국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번 방문이 정상화 보다는 본격적인 구조조정 수순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곤 회장의 방문은 지난 2008년 이후 4년만이다. 그는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르노삼성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발표함에 앞서 부산공장과 기흥 연구소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닛산자동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등을 위탁생산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20일 르노닛산그룹은 글로벌 성장 가속화 전략의 일환으로 르노삼성에 1700억원을 투자해 부산공장에서 닛산의 차세대 '로그'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로그는 2014년부터 연간 8만대 규모로 생산돼 전량 수출한다.

곤 회장은 "이번 전략적 결정은 르노그룹, 닛산, 르노삼성 3사가 전세계적으로 협업하는 ‘윈-윈-윈(Win-Win-Win)’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르노그룹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르노삼성의 성적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상반기 누적판매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감했다. 주력모델 SM3, SM5 등의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이렇다할 신차 출시계획도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달 타바레스 부회장의 신차 도입계획도 가능성만 열어놓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번 투자계획 역시 르노삼성의 손실규모를 단숨에 극복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21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곤 회장의 방문 이후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르노삼성은 하반기 상당한 규모의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다. 올해 들어 연구와 판매부분 임직원들이 지속적으로 회사를 떠나고 있어 조직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실제로 곤 회장은 지난 1999년 닛산 최고업무책임자(COO)로 재직 당시 수억엔이 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2만명의 인원을 줄이고 5개의 공장을 패쇄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조만간 상당한 규모의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의 수순이라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다.

구조조정 이후 회사가 정상화가 되면 매각의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 내부관계자는 "부진한 회사 상황에 맞물려 르노닛산그룹의 1,2인자의 방문이 정상화 후 매각절차를 위한 포석을 깔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며 "불안해 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완성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르노삼성의 위상은 수입차 브랜드에도 밀리기 시작한지 오래"라며 "단시간내 월 2000~3000대를 판매할 수 없는 모델을 내놓지 못한다면 회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시장에 당장 르노의 모델을 들여온다고 해서 경쟁력을 갖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 정상화 과정을 이후 매각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공장 위탁생산 모델은 전량 미국 수출용으로 한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닛산 관계자는 "한 국가에서 같은 모델을 겹치지 않게 판매하는 것이 르노닛산그룹의 방침"이라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닛산모델이 국내에서 판매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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