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독도를 전격 방문한 일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원칙론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향후 일본과의 관계를 내다 보는 데 있어서는 일부 시각이 엇갈렸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통령의 독도방문에 대해 "그간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대해 외교라인을 통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강조해 왔지만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며 "그동안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걸 넘어서는 일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한일간 영토ㆍ역사문제가 쟁점이 됐지만 일본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여줬다"면서 "우리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전날에서야 방문계획을 최종 확정했고 이후에도 일정 시점이 지난 후 언론에 보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오전 일본 언론을 통해 방문계획이 사전에 공개되서야 정부는 공식적으로 방문계획을 확인했다.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양국간 외교에서 '뜨거운 감자'인 만큼 발표시점이나 수위, 방문의미 등을 둘러싸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보를 두고 국내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측근 비리와 함께 여당 내 비리가 불거지면서 정치적으로 곤란한 상황인 만큼, 이번 방문이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국면전환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역대 최초 방문'이라는 타이틀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분쟁지역인 쿠릴열도 방문한 이후에도 러시아와 일본간 잠시 냉각기를 가졌지만 크게 관계가 틀어지진 않았다"면서 "한일간 협력할 부분이 여전히 많은 만큼 역사나 영토문제에 있어서는 확실한 원칙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킨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당국 차원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국관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일본은 양국간 외교에서 항의를 표시하는 대사소환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도 이날 비중있게 이 대통령의 방문계획을 보도했다.

이처럼 일본이 반발하면서 향후 양국 외교에서도 마찰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일본은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동해표기문제 등과 관련해 의견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독도문제와 관련해 국제적인 영토분쟁지역으로 부각하고 싶어하는 의도에 말려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남 소장은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일본의 도발에 대응해 더 이상 이 문제로 논쟁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오히려 한일간 과거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하고 협력을 다져나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 봤다.

이면우 연구위원은 "현재 일본 자국 내 복잡한 정치상황으로 대외적으로 더욱 강경한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한일간 협력해야할 부분이 산적한 만큼 단기간 내 관계가 얼어붙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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