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미국 법원이 삼성전자의 증인 채택 요청을 거부했다. 앞서 삼성전자에 유리한 증거를 기각한 데 이어 이번엔 핵심 증인을 증언대에 세우는 것까지 막으면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루시 고 담당 판사는 12일(현지시간) 박형신 삼성전자 디자이너를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는 삼성전자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루시 고 판사는 "박형신 디자이너는 이번 소송과 관련된 어떤 제품도 디자인하지 않았다"며 "그의 증언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판단하는데 있어 제한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박형신 디자이너는 삼성전자·애플 특허 소송의 핵심 변수인 'F700' 휴대폰을 디자인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근거로 아이폰을 베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F700은 사각형, 둥근 모서리, 투명한 표면 아래 큰 디스플레이를 가져 외관이 아이폰과 비슷하다. 그러나 아이폰이 발표되기 전인 2006년부터 개발됐고 내부 문서에도 이 사실이 나와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앞서 루시 고 판사는 F700을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번엔 "삼성전자 휴대폰은 아이폰이 아니라 물그릇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박형신 F700 디자이너를 증인으로 내세웠지만 또 한차례 거절당했다.

이번 결정은 전적으로 애플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애플은 자사의 디자인 특허 침해를 문제 삼은 삼성전자 제품 중 F700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박형신 디자이너도 증인으로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회사측은 "박형신 디자이너는 아이폰의 외관과 느낌을 베꼈다고 주장한 제품을 디자인하지 않았다"며 "그는 F700만 디자인했기 때문에 증언대에 설 수 없다"고 말했다.

루시 고 판사가 이번에도 삼성전자에 유리한 증거와 증인 채택을 허용하지 않고 사실상 애플의 손을 들어주면서 미국 법원의 편파 재판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법원은 삼성전자에 유리한 증거와 증인 채택을 연이어 거부하고 있다"며 "편파 재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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