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삼성전자가 애플의 통신 특허 침해로 4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디자인 특허 침해 문제를 제기하며 요구한 금액의 7분의1 수준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삼성전자측 증인들은 애플이 삼성전자의 통신 특허 2건을 침해해 최대 4억2180만달러(약 477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1대당 최대 2.75%의 로열티를 적용했을 때 기준이다.

빈센트 오브라이언 OSKR 회계사는 삼성전자가 애플로부터 2280만달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티스 UC버클리대학 교수는 애플이 추가로 2억9000만~3억9900만달러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애플이 삼성전자에 요구한 금액보다 낮은 수준이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디자인 특허 침해로 최대 27억5000만달러(약 3조113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액수를 제시한 것은 로열티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애플의 안방에서 반감을 살 수 있다는 부담감, 애초에 애플이 주장한 금액이 부풀려졌다는 사실 등이 어우러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삼성전자는 휴대폰 1대당 최소 2%에서 최대 2.7%의 로열티를 요구했다. 애플이 삼성전자가 다른 제조사와 차별하며 자사에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금액을 높게 산정하면 오히려 애플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안방에서 진행되는 상황에서 높은 금액을 제시할 경우 현지에서 반감을 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요구한 액수가 애초에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도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피해 금액을 낮게 잡은 이유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이날 심리에서 이 부분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삼성전자측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 산정 전문가인 마이클 와그너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0년 중반부터 2012년 3월까지) 스마트폰, 태블릿을 판매해 거둔 영업이익은 매출의 12%인 5억1900만달러"라고 주장했다.

앞서 애플은 삼성전자가 이 기간 동안 매출 81억6000만달러, 영업이익 28억968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추산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35.5%다.

마이클 와그너는 이에 대해 "애플이 삼성전자의 마케팅 비용 등은 계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국 법원은 전일 삼성전자와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 통화를 통해 마지막 협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루시 고 판사는 "스마트폰, 태블릿과 관련해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양측의 목적이었다면 메시지는 전달됐다"며 "여러 측면에서 임무를 완수했으니(misson accomplished) 한 번 더 협상을 시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17일 마지막 심리를 남겨두고 있다. 21일 최종변론 후 배심원 평의가 이뤄지고 이달말 최종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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