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불황 덕에 오히려 매출이 쑥쑥 올라간 가전제품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불황의 타격을 피해간 제품은 에스프레소 머신과 헤어스타일러, 드라이어 등으로 생활가전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이들 제품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이들 세 제품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은 금액기준으로(1월~6월) 평균 28%를 기록,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생활가전의 평균 매출 신장률이 마이너스 3.1%로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 나 홀로 거둔 성과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업계는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재정위기가 촉발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국내 경기마저 꽁꽁 얼어붙자 소비여력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지갑 단속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세 제품 중 특히 헤어 스타일러의 매출 신장률이 두드러졌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헤어 스타일러의 매출 신장률(1월~6월)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6%나 뛰었다. 헤어드라이어의 매출 신장률(1월~6월)도 올라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이 11%나 증가했다.

업계는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작정한 소비자들이 미용실에 가는 대신 집에서 머리 손질 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해당제품의 매출이 올라간 것으로 분석했다. 헤어스타일러 의 판매를 담당하는 노승원 CJ 오쇼핑 MD는 "미용실을 이용하지 않고 집에서 손수 머리 손질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헤어 관련 제품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불황 때문에 최근 1년 사이 셀프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에스프레소 머신도 경기불황 덕을 톡톡히 봤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자 커피 값을 절약하려고 커피전문점에 발길을 끊고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셀프족들이 늘어나서다. 이 때문에 1월부터 6월까지 매출 신장률(시장조사시관 GFK)이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커피를 끊는 대신 '아예 내가 만들어 마시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에스프레소 머신 구매가 늘어난 것"이라며 " 장기 침체 등으로 줄일 것은 줄여야 한다는 가치관이 소비자들 사이에 자연스레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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