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일본은 지역마다 통신비가 다르다. 시골주민들이 내는 인터넷, 케이블방송 요금이 도시주민들보다 비싸다. 정부가 도로 위 전봇대에 설치된 통신선에 점용료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도시와 한참 떨어진 시골은 통신선 길이도 길어 통신사들이 내야할 세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통신비도 덩달아 뛴다.
　
그런데 머지 않아 우리나라도 똑같은 사정에 처하게 생겼다. 국토해양부가 통신사들에게 '전봇대 통신선'(이하 통신선)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도로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하면 도시지역에 어지럽게 널려진 통신선을 정비, 지하 매설 작업을 촉진시켜 도시 미관이 좋아질 것이라는 게 추진 이유다.
　
현재로선 전선 1m당, 통신사들이 100원 정도 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도로 위 전봇대에 대해서만 점용료를 부과했으나, 이제는 전봇대에 설치된 통신선에까지 점용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통신선에는 초고속 인터넷선과 케이블TV선 등이 포함된다.
　
2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통신선 점용료가 농어촌에 미치는 사례를 분석한 결과, 통신사들이 시골지역에 추가로 내야 할 점용료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와 멀고, 가구가 적은 동네일수록 통신비가 오를 확률이 높다.

실제로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116가구)까지는 통신선 길이가 약 18km로 가구당 점용료는 연간 1만6016원이다.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한 마을(63가구)은 통신선 길이가 28km로 가구당 점용료를 4만5208원이나 내야한다. 이는 1809가구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의 가구당 점용료(335원)보다 각각 50~130배 높은 수준이다. 통신선 길이의 기준은 통신선 백본에서 해당 지역까지의 거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생활 필수 서비스인 전력, 통신, 방송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농어촌 지역에 사는 가입자는 비싼 요금을 부담하게 돼 도시 지역과 정보격차까지 벌어질 수 있다"며 "도시와 농촌 간 소득수준 격차를 고려할 경우 농어촌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요금인상 효과는 훨씬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와 같은 초고속 인터넷사업자와 티브로드, 씨앤앰, CJ헬로비전 등 케이블TV사업자가 새로 부담해야 하는 연간 비용이약 2조2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시골 지역 뿐 아니라 전체 통신, 유료방송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로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중인 국토부와 점용료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지방자치단체 ▲통신비 인상을 우려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가 부딪치고 있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전선은 도로를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는 '노점상'과 같다"며 "도로 교통에 막대한 불편을 주고 있으며 특히 홍수가 발생했을 때 시민들에게 적잖은 피해를 준다. 따라서 점용료를 부과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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