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10월 초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는 외교의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독도 문제로 맞선 한국과 일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대립 중인 중국과 일본 재무장관이 한 자리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시점은 절묘하다. 일본이 만기 연장을 재검토하겠다며 위협한 한·일 통화스와프(맞교환) 계약은 10월 말로 끝난다. 회기 직후다. 요사이 3국의 외교 갈등은 경제 보복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번 총회에 쏠리는 관심이 더욱 높다.

올해 총회는 10월 12일 도쿄에서 열린다. 총회 전후 일정을 고려하면 실제 회기는 10월 9일부터 14일까지 8일간이다. 9일에는 IMF의 세계경제전망이 발표되고, 이튿날에는 세계 금융안정성 보고서가 공개된다. 불투명한 세계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종전보다 어두운 전망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3국의 영토 분쟁이 촉발되기 전까지 이번 총회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았다. 급전이 필요한 나라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주기 위한 재원확충 문제가 상반기 중 대부분 마무리 되어서다.

밋밋하게 끝날 것으로 보였던 총회가 외교가의 핫이슈로 떠오른 건 한·중·일 3국의 외교전 때문이다. 공식 일정 가운데는 13일 열릴 아시아 각 국 재무장관의 다자회담이 관심거리다. 이 자리에는 한·중·일 3국의 재무장관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어서 어떤 대화가 오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독도 각료회의'를 통해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예고하는 등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박재완 장관을 대면할 아즈미 준(安住淳) 일본 재무상이 어떤 제스쳐를 취하느냐에 따라 양국의 경제·외교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시위대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상륙하면서 촉발된 중국과 일본의 감정 대립이 해소될지도 관심사다.

아울러 물밑에서 벌어질 3국의 외교전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자고 주장하는 일본은 외교력을 총동원해 지원군을 얻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일본의 외교전쟁이 경제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10년 일본 정부가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자 중국 정부는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줄이면서 경제 보복에 나선 전례가 있다.

외교 문제에 밝은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사고 팔면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3국이 경제적으로 완전히 등을 돌리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둔 한국과 일본은 상당기간 경제·외교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법재판소 역시 국제사회의 역학관계가 영향을 미치는 기구"라면서 "제소를 부추기는 일본을 상대로 싸운다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