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치열하게 전개됐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이 배심원 평결만을 남겨놓으면서 그 동안 소송 과정에서 나왔던 다양한 주장들에 대해서도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주장들을 모으면 결론을 향해 치닫고 있는 한 편의 피 말리는 소송 드라마가 된다.

23일 블룸버그 등 외신은 미국서 3주 동안 진행된 이번 특허전에서 화제가 됐던 주장들을 모아 소개했다. 소송은 애플의 공격으로 시작됐다. 애플이 삼성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사인 구글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한 것. 이 메일에는 "삼성의 제품이 애플과 너무 유사하기 때문에 앞부분부터 시작해서 두드러지게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구글의 조언이 담겨져 있다고 애플은 주장했다.

애플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수잔 케어도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아이폰을 보는 순간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의 변호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켜면 삼성 로고가 뜨고 문자메시지, 계산기 애플리케이션 모양도 아이폰과 다르다"며 "이 아이콘들이 유사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느냐"고 질문해 수잔 케어에게 "동의한다"는 답변을 얻어 냈다.

애플은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2010년 애플과 비교하며 '디자인의 위기'를 언급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가 "애플 아이폰의 UX를 삼성 제품과 비교했을 때 하늘과 땅 차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모유 수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디자인 개발에 시간을 투자했다"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디자인을 맡은 왕지연씨는 삼성 디자인의 독창성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갤럭시S 개발을 위해 밤낮없이 고생했으며 "하루에 2~3시간만 자면서 개발에만 몰두했다"는 것이다. 당시 아이를 출산한 왕씨는 정기적으로 모유 수유를 할 수 없을 만큼 스마트폰 개발에 시간을 쏟아 부었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무리한 요청에 담당 판사가 '발끈'한 일도 있었다.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이 75페이지에 달하는 증인 목록을 제출하자 "내게 오늘밤 75페이지나 되는 문서를 검토하라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마약을 하지 않고서야 이 증인들을 모두 소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며 "변론 시간이 4시간도 남지 않았는데 이 증인들을 누가 소환할거냐"고 되물었다.

애플이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이메일 자료를 감췄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애플의 이메일은 스티브 잡스가 2010년부터 지난해 사망하기 전까지 특허 소송에 대해 언급했던 내용들을 담고 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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