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최근 1년 안에 한 가지 이상의 민간요법을 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간요법에 한해 8조7000억원쯤을 쓰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최승훈, 이하 한의학연) 침구경락연구그룹 최선미 박사팀이 ‘민간요법 활용기반 구축사업’의 하나로 우리나라 일반인 1284명에 대한 민간요법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최 박사팀은 설문조사결과 지난 12개월 이내 한 가지 이상의 민간요법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953명(74.2%)에 이른다고 27일 밝혔다.

또 같은 기간 중 1846건의 민간요법을 썼으며 모두 3억원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모든 국민으로 환산하면 한해 8조6000억원의 비용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요법은 ‘한·양방 병의원에서 처방이나 권유 받지 않은 모든 요법일체’를 뜻한다. 비타민이나 오메가3 등 건강보조식품에서부터 녹즙, 홍삼, 각종 운동요법 등 한·양방에서 처방되지 않는 모든 요법을 이르는 말이다.

민간요법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비타민, 오메가3 등의 건강보조식품으로 전체의 21.4%(275명, 평균 38만원 지출)를 차지했다.

또 ▲각종 야채즙 등이 들어 있는 과일즙식이요법이 16.8%(216명, 평균 11만원 지출) ▲홍삼과 동충하초 등 한약기반 건강보조식품이 15.3%(196명, 평균 18만원) ▲핫팩 등이 포함된 온도요법이 13.8%(177명, 평균 5만원) ▲운동요법이 9.6%(123명, 평균 17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결과 3위를 차지한 한약기반 건강보조식품보다 비타민 등 건강보조식품과 야채즙 등 과일즙식이요법이 1위와 2위를 차지한 것은 최근 우리사회에 불고있는 건강식품열풍이 일반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요법의 주사용 계층은 고령자, 여성, 비흡연자 등으로 나타났다. 학력이 낮을수록 민간요법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양상은 젊고 고학력자일수록 민간요법을 많이 사용하는 서구의 연구결과와는 차이가 났다.

한방 병·의원에서 시술돼야 하는 한의학치료기술에 대한 민간에서의 무분별한 사용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결과 부항요법과 침 요법, 뜸 요법 등을 한의사 외에 시술자로부터 시술받은 비율이 각각 42.1%와 32.6%, 29.2%로 무자격자의 시술에 상당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민간요법에 대한 정보와 관련, 의료인으로부터 얻는 경우는 4.2%에 그친다. 나머지는 가족, 친구, 대중매체 등을 통해 민간요법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나 정확한 정보제공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책임자인 최선미 박사는 “이번 조사는 한·양방에서 처방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이 많이 쓰고 있는 민간요법의 전국범위 실태파악을 위해 조사한 것”이라며 “국민들이 안심하고 민간요법을 쓸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쌓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1일~10월5일 지역별, 성별, 나이별 등에 따라 할당추출법(Quota Sampling)을 이용해 표본을 정한 뒤 조사원이 구조화된 설문지로 심층인터뷰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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