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권시세 폭락으로 입회금 반환 신청이 쇄도하면서 골프장과 회원들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입회금을 반환하든지 아니면 골프장을 넘겨라."

골프장 회원들이 뿔났다. 경기도 여주 C골프장 회원들은 최근 골프장을 상대로 인수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천명했다. 회원들이 아예 골프장을 인수해 '주주회원제'로 운영하겠다는 이야기다. L회원은 "(골프장측이) 입회금은 반환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대중제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며 "소송을 통해서라도 회원들의 권익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회원제골프장의 입회금 반환 문제는 사실 '태풍의 눈'이다. 가격이 오를 때는 시장에서 거래하다가 가격이 뚝 떨어져 당초 입회 가격보다 낮아지면 골프장에 입회금 반환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회금으로 이미 투자비를 충당한 대다수 골프장들은 상환 능력이 없다. 최근 골프회원권시장의 침체가 부도 위기로 직결되고 있는 까닭이다.

올해는 특히 회원권시세가 최고가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폭락해 무려 3조원대의 입회금 반환 사태가 예상된다. 신설골프장의 분양 역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 가산노블리제가 공매 처분됐고, 신원과 파미힐스, 버드우드 등은 주주제로 바뀌었다. 또 타니와 세인트포 등은 기업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벌써 인가 취소 등이 약 14개사, 국세와 지방세 등 세금 장기체납 골프장은 50개사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골프장들은 그래서 대중제로 변신하고 있다. 정부의 중과세와 불황에 따른 경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한 돌파구인 셈이다. 실제 롯데스카이힐 성주는 회원 수가 적고, 모기업(롯데그룹)이 탄탄해 입회금 전액(약 220억원)을 반환하며 깔끔하게 대중제로 변신했다. 전남 아크로와 전북 선운산, 강원 오너스 등은 회원모집 초기에 회원제를 포기해 부담이 적었다.

C골프장처럼 자금능력이 안 되는 골프장들은 그러나 입회금 반환이라는 난제로 인해 회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회원은 "근래에는 오히려 회원들의 예약을 제한하는 등 이용을 줄이는 반면 비회원을 최대한 유치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편 대중제로 전환하기 위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를 강행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골프장 경영악화가 사회적인 파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시해야 되는 이유다. 현행 '체육시설이용 및 설치에 관한 법률'에는 회원제골프장은 언제든지 대중제로 바꿀 수 있다. 당연히 회원들의 동의와 입회보증금을 전액 반환하는 선행 절차가 절대적이다. 자금이 없다면 입회금을 출자금으로 대치한 주주제 도입이나 세미-대중제 등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골프장들의 무리수를 막기 위한 당국의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