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국내 연구팀이 뇌에서 비만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김영범 가천대 석좌교수(하버드의대 교수 겸임)와 가천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은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leptin)의 작용을 촉진하는 단백질 '로키나제'(Rho-kinase)가 비만을 억제하는 핵심 인자임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과학자들은 지난 20여년간 뇌의 시상하부에서 비만 억제 기능을 하는 렙틴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그 결과 비만환자의 경우 렙틴의 양이 늘어도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렙틴 저항성'(leptin resistance)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렙틴 저항성이의 발생 원인을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연구팀은 렙틴 저항성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기 위해 렙틴의 식욕억제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POMC, AgRP)에서 단백질 로키나제를 제거한 유전자변형 생쥐를 연구에 투입했다. 로키나제가 제거된 생쥐는 정상 생쥐와 달리 식욕 조절 능력을 상실해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했고 체중이 평균 30% 이상 급격하게 불어났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뇌에 있는 단백질 로키나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렙틴이 식욕 억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상철 이길여암당뇨연구원 원장은 "로키나제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비만을 예방하거나 억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면서 "이번 연구는 비만 억제 약물이 치료 표적으로 삼아야할 단백질을 처음 발굴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신경과학분야 세계 최고의 학술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9월호에 실렸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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