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장교동 본사 사옥 전경.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한화그룹의 80억달러(9조4000억원)짜리 이라크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 단계부터 암초를 만났다. 이라크 정부가 김승연 한화 회장 법정 구속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 정부에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선수금 송금기일까지 넘긴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려했던 김 회장의 경영 공백이 사업 좌초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제기되고 있다.

6일 한화에 따르면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은 이라크 정부로부터 선수금(1차분) 지급 일정 등을 협의하기 위해 지난달말 이라크로 출국했지만 국내 입국 일정은 아직까지도 잡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말 프로젝트 본계약을 체결한 한화는 당초 7월말까지 이라크로부터 선수금을 받기로 했지만 라마단 기간(7월21일~8월18일)이 겹치는 점을 고려, 늦어도 8월말까지는 선수금이 입금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 관계자는 "예상보다 선수금 입금이 늦어져 김 부회장이 직접 이라크로 떠나 현재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부회장의) 입국 날짜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현지 분위기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라크의 선수금 입금 지연이 결국 김승연 회장의 경영 공백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이라크 정부는 지난달 21일 우리나라 국토해양부를 상대로 '김 회장의 재판 결과'와 '사업 지속 여부' 등을 해명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왔고, 국토해양부는 즉시 권도엽 장관의 서명이 들어간 서한 형식의 답변서를 이라크 정부에 발송했다. 관련 서한에는 '김 회장 공백에 따른 위험성이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라크 신도시 사업을 위해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한화건설 측도 선수금 입금이 지연될 경우 채용 일정 등 사업 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건설은 지난달 초부터 이라크 사업을 위한 고졸 및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이다. 총 200여명 규모로 최종 합격자는 다음달 가려질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선수금 중 상당 부분은 현지 및 해외 고용을 위한 자금으로 쓰인다"며 "이라크 및 해외 등지에서 고용되는 현장인력이 하루 평균 2만6000여명에 달하는 만큼 선수금 입금이 지연될 경우 전체 사업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는 이라크가 추진 중인 100만호 주택건설 중·장기 계획 중 1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수주 규모가 국내 단일 해외사업 규모로는 최대다. 이후 김 회장은 또 한 차례 이라크 총리와의 면담을 통해 태양광 사업에 관한 추가 사업 협력 등을 논의했지만, 지난달 김승연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사실상 추가 논의가 중단됐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