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샘플 판매를 금지한 개정 화장품법이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는데도 화장품 샘플이 온라인쇼핑몰과 편의점 등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서 1000~2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마스크팩 1장을 1만원대라고 걸어놓고 사은품 수십 개를 끼워주는 식으로 샘플을 편법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등록한 A업체는 마스크팩 1개를 구매하면 설화수, 헤라, 리엔케이 등의 화장품 브랜드 제품 샘플을 수십장씩 무더기로 끼워 7000~1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본품은 마스크팩 1개이고 사은품으로는 이들 브랜드의 샘플 필름지 30장 혹은 미니어처 15개다. 얼핏 보면 본품은 1만원대인 마스크팩 1개이고 이를 사면 사은품으로 샘플을 푸짐하게 주는 것 같지만 정작 본품으로 구성된 마스크팩은 시중에서 천원대면 살 수 있는 시트형 제품이다. 시트형보다 가격이 고가에 속하는 겔형 타입의 제품도 온라인에서 2000~3000원대면 충분히 살 수 있다.

샘플만 놓고 판매할 수 없게 되자 가격대를 측정하기 불분명한 제품을 명목상 내세우고 뒤로는 샘플을 파는 수법이다.

M방판 화장품쇼핑몰은 자사의 겔마스크팩 1개와 설화수 소선보크림 60장 필름지를 1만7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겔마스크팩을 사면 마치 이들 필름지 샘플을 덤으로 주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판매가격에 샘플가격이 모두 포함됐다. 비슷한 사양의 겔마스크팩이 시중에서 3000~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1만원 이상의 가격은 샘플 필름지 60장에 해당하는 비용인 셈이다.

분명한 편법으로 샘플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지만 해당 업체는 아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M방판 화장품쇼핑몰 업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겔마스크팩을 개발해 이를 판매하고 있고 덤으로 샘플을 제공하는 것 뿐"이라며 "샘플 판매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화장품정책과 오영진 사무관은 "샘플 화장품 금지법이 올해 처음 도입돼서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며 "그러나 본품 가격을 따지기 애매모호한 제품들, 예를 들어 천연비누 등 가격기준이 딱히 정해지지 않은 것들을 점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본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경우는 처벌 대상"이라면서 "이같은 편법 샘플 판매자는 형사고발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정 화장품법은 판매 목적이 아닌 화장품의 홍보 또는 판매 촉진 등을 위해 미리 소비자가 시험ㆍ사용하도록 제조ㆍ수입된 견본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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