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10일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이 주도해 발의키로 한 금산분리와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박 후보는 또 경제민주화의 방향과 방식을 놓고 김종인 국민행복특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간에 벌여온 갈등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면서 자신이 직접 경제민주화의 방향에 대해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경제분야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김종인-이한구 갈등에 대해 "두분과 이야기를 나눠봤기 때문에 두 분 생각을 잘 알고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면서 "김종인 위원장이 재벌해체하자는 것도 아니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재벌 감싸자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당하고 같이 가는 문제라 실천방법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지만 풀어나갈 수 있다"며 자신했다.

박 후보는 "재벌개혁에 대해 일부에선 해체냐 유지냐 이분법으로 하자고 하지만 장점은 살리되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는 것은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힘을 이용한 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골목상권 장악은 철저히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두 분(김종인-이한구)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조만간 경제민주화의 큰 틀과 세부방향에 대해 종합해 국민들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경실모가 추진하는 금산분리 강화와 순환출자금지와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과 관련해서는 "금산분리 문제는 이번 정부에서 완화했다"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달라진 경제, 금융환경을 감안하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순환출자는 가공자본을 만들어내 대주주가 과도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는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잇다"면서도 "신규 순환출자는 막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김종인 위원장과 경실모의 입장에 대해서는 "저도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2007년 대선당시 자신이 내건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치를 세운다)'공약과 경제민주화가 모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경제정책과 그 때 '줄푸세' 경제정책과는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줄'이 의미하는 감세는 세율을 낮추자는 것인데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에 상당부분 실현됐다"고 말했다. 이어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나라 곳간을 더 채우면 복지나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했고 " 법질서를 세우는 것은 공정한 시장경제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경제민주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2007년 당시에는 법인세 인하, 기업규제 완화 등에 초점에 맞춰진 반면 지금은 규제 강화쪽으로 달라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더욱 강조되는 것은 경제민주화도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규제도 필요 없는 규제는 없애고 필요한 규제는 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경제활성화에 방해되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세 같은 경우는 투자에 직접적 관계가 있는 것이고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감세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 중심으로 상당부분 실현됐다"고 반박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