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결국 '2%대 추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 얘기다. 국내외 경제 연구 기관이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2%대로 낮춘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3.6%에서 2.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KDI가 지난 5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3.6%를 제시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대폭 수정한 것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한 데다 당분간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서다.

KDI는 17일 경제 전망을 통해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유럽 경제 침체 및 미국 경제의 회복세 둔화와 더불어 신흥 시장국의 성장세도 빠르게 둔화되고 있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경제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2.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KDI에 앞서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2.6%로 내렸고 현대경제연구원도 종전의 3.5%에서 2.8%로 0.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 JP모건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의 평균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대로 이미 떨어진 상태다.

KDI는 내년에는 3.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내년에는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를 바탕으로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교역 조건 안정 및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내수도 개선 추세가 이어지면서 3.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KDI는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유로존 위기 및 미국 등 선진국 경기와 관련된 불확실성의 해소가 전제돼야 하나, 유로존의 위기 해결에 대한 관련 국가들의 정치적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의 경우도 재정 절벽(fiscal cliff) 등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가 당분간 낮은 성장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낙관론을 경계했다.

민간소비는 올해 1.9% 증가율을 기록한 후 내년에는 유가 안정 등 소비 여건 개선에 힘입어 비교적 높은 3.4%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올해 수요 위축 등으로 전년에 비해 증가세가 다소 둔화된 2.9%를 기록할 것이나 내년에는 점진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건설투자는 전년에 이어 올해도 부진을 지속할 것이란 판단이다. 경상수지는 올해 320억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한 후 내년에는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290억달러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우리 재정 정책에 대해선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을, 통화 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해 경기 둔화를 완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놨다.

KDI는 "최근의 경기 둔화에 대응한 재정 확대 조치(13조1000억원)는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올해 추경 편성 여부에 대한 논의보다는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될 재정 기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향후에도 낮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되므로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여건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리 인하로 인한 추가적인 가계대출 수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비관적인 상황 속에 이달 말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발표할 때 내놓을 예정인 경제 성장률 수정 전망치가 2%대로 추락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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