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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하우스푸어 대책 눈가리고 아웅

최종수정 2012.09.20 11:25 기사입력2012.09.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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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는 민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우스푸어(House Poor)를 위한 '신탁 후 재임대(Trust & Lease Back)'가 대표적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주최하고 금융당국이 후원하는 '신탁 후 재임대'는 빚 갚을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로부터 집을 신탁받는 제도다. 대출이자 대신 임대료(월세)를 내면서 본인 집에서 그대로 거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주고,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주니 은행 빚에 허덕이고 있는 하우스푸어 입장에선 선뜻 반길 만한 제도다.

하지만 은행 이자를 내지 못해 연체 일보직전인 사람이 '신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전환하다고 해서 없는 돈이 생길 리 만무하다. 임대료를 연체하면 은행은 집을 매각한 후 차액을 집주인에게 돌려준다. 이 제도는 하우스푸어의 생명을 잠시 연장할 뿐이다. 아침에 좋아했다가 저녁 때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는 소리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즉 집값이 상승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정부의 소득세 원천징수액 인하 정책도 결국 '전ㆍ후'의 차이다.
당장 이달부터 가구 수와 월 급여액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만원∼6만원 정도 월급여가 더 나온다.
대신 연말 소득공제때 환급액이 그만큼 줄어든다. 받아야 할 7개중 먼저 4개 받는냐, 나중에 4개를 받는냐 차이일 뿐이다.
개개인의 체감 가처분 소득은 제자리인데 통계 수치만 그럴듯하게 포장돼 나올 공산이 크다.

내수 진작차원에서 실시되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역시 마찬가지다.
가격이 싸졌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배기량이 큰 자동차를 구매했다간 내년에 울상짓기 십상이다. 자동차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개별소비세는 배기량에 따라 인하된다. 즉 배기량이 큰 자동차가 할인을 더 받는 구조다. 자동차세 역시 배기량에 따라 부과된다. 배기량이 크면 클수록 세금을 더 낸다. 자동차세 고지서가 나올 때마다, 기름을 주유할 때다마 후회하기 쉽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이는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완성차업체들 뿐이다.
때가 때인 만큼 그렇겠지만 사회안전망 적용이라는 원칙이나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돈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잠시 상환을 유예해 준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형평성 문제만 불거져 사회통합만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 집값이 떨어지면 집을 사려고 했던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한 것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내일 받을 돈을 오늘 미리 받는다고 해서 (그것도 푼돈을) 살림살이가 나아질까.
경차와 소형차 판매를 늘리는 방안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또다시 중ㆍ대형차만 팔리는 아둔한 정책을 내놓은 것인가. 부족한 세수는 완성차 업체들이 대신 채워주기로 약속돼 있는지 궁금하다.

정책입안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을 중국 송나라때 저공이 키웠던 원숭이 정도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조영신 기자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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