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애플의 족쇄가 풀렸다. 미국 법원이 '갤럭시 넥서스' 판매 금지 결정을 파기하면서 삼성전자가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1심 법원의 판결이 연이어 뒤집어지면서 미국 현지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 연방순회 항소법원은 11일(현지시간) 삼성전자 갤럭시 넥서스의 미국 판매 금지를 명령한 원심을 파기하고 1심 법원으로 환송했다. 1심 법원인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이 갤럭시 넥서스의 미국 판매 금지 명령을 해제하면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금지된 삼성전자 제품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항소법원은 "갤럭시 넥서스 판매를 금지한 것은 법원의 재량권을 남용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제품은 특허 침해 없이도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삼성전자가) 해당 제품을 판매해 특허를 위반했다고 해도 그 위반 행위로 애플이 (제품을 판매하지 못해) 손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갤럭시 넥서스가 특허를 침해했으며 갤럭시 넥서스 때문에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매 금지 가처분 결정은 특허 침해 여부를 따지기 보다는 즉각적인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될 때 나오는 임시 조치다.
　
항소법원이 1심 법원의 결정을 뒤집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에도 갤럭시탭 10.1 판매 금지를 해제해 달라는 삼성전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사안을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되돌려보냈다. 루시 고 담당 판사는 갤럭시탭 10.1 판매 금지 결정을 즉각 해제했다.
　
루시 고 판사가 삼성전자 제품의 판매 금지를 결정했다가 상급 법원의 명령으로 이를 번복하기를 두 차례나 반복하면서 향후 판결 결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현재 애플은 갤럭시S 4G, 갤럭시S2 AT&T, 갤럭시S2 스카이로켓, 갤럭시S2 티모바일, 갤럭시S2 에픽 4G, 갤럭시S 쇼케이스, 드로이드 차지, 갤럭시 프리베일 등 총 8개 제품에 대해 영구 판매 금지 신청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12월 이에 대한 판결을 내린다. 이는 가처분 신청이 아닌 영구 판매 금지 신청에 대한 판결로 지난 8월말 나온 배심원 평결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항소법원이 1심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연이어 기각하면서 12월 판결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항소법원의 판결로 1심의 분위기가 대반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법원의 배심원단은 지난 8월말 삼성전자에 1조2000억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하며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평결을 주도한 배심원장 벨빈 호건이 숱한 논란을 낳으며 미국 현지 언론도 평결의 공정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호건은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를 갖고 있는 시게이트와의 소송 사실을 숨기며 자격 논란을 낳았다. 배심원 평결 직후에는 "삼성전자에 충분히 뼈아픈 고통을 주길 원했다"고 설명하며 논란을 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항소법원이 1심 법원의 판결을 연이어 번복하면서 미국에서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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