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압도적 제공권을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는 이란 수비진에게 곤혹 그 자체였다. 왕성한 활동량도 공수 모두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빼어난 활약은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17일(한국 시간) 열린 이란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 김신욱은 박주영과 더불어 최전방에 나섰다. 당초 예상된 손흥민 카드를 대신했다. 유럽 선수 못잖은 힘과 체격조건을 갖춘 이란에 대한 맞춤 전략이었다.

김신욱 개인만 놓고 봤을 때 움직임은 기대에 부응했다. 무엇보다 공중 경합에서 곧잘 공을 따냈다. 이란 센터백 호세이니-몬타제리는 경기 내내 그를 막는데 진땀을 흘렸다. 김신욱은 전반 기성용의 프리킥을 두 차례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다. 김보경의 골대를 때리는 헤딩 슈팅 이전에도 그의 헤딩 패스가 있었다. 덕분에 한국은 경기 내내 공격의 주도권을 잡았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슈팅과 유효슈팅에서 각각 14-5, 6-3으로 앞섰다.

문제는 팀 전체로 봤을 때 드러난다. 대표팀은 김신욱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이는 투톱 파트너 박주영과의 엇박자로 이어졌다.

박주영은 포스트 플레이보다 세밀한 패스, 스위칭 플레이 등 주변 동료 활용에 능숙한 공격수다. 이날 대표팀의 공격 시도 대부분은 2선 이하에서의 롱패스가 곧바로 김신욱의 머리를 향하는 형태였다. 단조로워진 공격 패턴 아래 박주영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전 이동국-박주영 투톱이 기대만큼 효과가 없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나아가 실질적 에이스인 기성용의 전진 패스 능력까지 제한됐다. 기성용의 장점 중 하나는 거리와 방향에 구애받지 않는 예리한 전진패스다. 하지만 이날 김신욱을 향한 공격 집중도가 높은 탓에 그 힘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김신욱의 선전이 오히려 동료들의 역량 발휘를 막는 요소가 돼버린 셈이다.

최 감독은 후반 손흥민과 이청용을 교체 투입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김신욱에 집중되는 공중 볼 탓에 박주영과 똑같은 곤란을 겪었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경기 후 "이란이 쇼자에이 퇴장 뒤 내려섰다. 선수들에게 킥보다는 측면에서 기회를 만들 것을 주문했는데 전혀 전달이 되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설상가상 네쿠남에 선제골까지 허용하자 대표팀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계속해서 김신욱을 향한 롱패스가 반복됐다. 줄곧 상대를 밀어붙이면서도 내실이 부족했던 것. 당연히 만회골은 터지지 않았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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