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주상돈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 선포일인 17일 나란히 '김대중 토론회'에 참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호남 표심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박 후보의 경우 정수장학회 문제로 과거사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이어서 이번 일정의 효과에 기대가 큰 눈치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김대중기념사업회(명예이사장 이희호, 이사장 권노갑) 주최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아버지 시절에 고생하신 것에 대해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했을 때 (김 전 대통령이) 고맙다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박 후보는 이어 "우리시대에 꼭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바로 국민통합"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동서화합이 중요하고 이것을 실패하면 다른 것을 못 한다, 내가 못 했으니 박 대표가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며 미래로 나아갈 때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이런 발언과는 상관없이 민주통합당은 정수장학회 문제로 공세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정수장학회는 저와 상관 없고 간여할 수도 없다'는 박 후보의 입장에 대해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며 "세상이 다 아는 것을 박 후보만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니 참 희극입니다 희극"이라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지태씨로부터) 빼앗은 재산이다. 그래서 수 십 년간 박 전 대통령과 박 후보가 가지고 있었다"며 "(박 후보가) 대통령은 하고 싶고 그것(정수장학회)이 문제가 되니까 여러가지 방법을 흘려내면서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최필립 이사장 퇴진을 포함한 이사진 전면교체를 촉구하며 정수장학회를 압박하고 있다.

박 후보는 꿈쩍도 안 하는데 박 후보 주변만 움직이는 모양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말한 '여러가지 방법으로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이런 상황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같은날 당 의원총회에서 "정수장학회 문제를 보면서 아직도 유신의 잔재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절감한다"며 "박 후보는 유신이 잘못됐다고 사과하고 인정했음에도 그 결과물로 (정수장학회) 이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를 본래 주인에게 돌려주거나 국민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사회환원을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쏟아졌다.

박 후보는 이와 관련해 토론회 참석 뒤 기자들에게 "(정수장학회에 대해) 조만간 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토론회에서 "국민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선택했던 이유는 변화였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이 꽃피는 사회에서 저는 꿈을 펼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어 "지금 우리 사회는 또 다시 낡은 체제에 발목잡혀 있다"며 "그 분(김 전 대통령)이 남긴 꿈을 저희들이 실현할 때"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로서는 향후 전개될 단일화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고 '야권의 대통령 후보'로 자리매김하는 데 호남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게 필수다.

호남에서 안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전통적 지지기반이 그리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늘 뒤따른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영상 축사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님이 남긴 발자국, 제가 따라 밟으려 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또 "김대중은 노무현의 반쪽이다. 문재인의 반쪽이요 여러분의 반쪽이기도 할 것"이라며 자신이 민주진영의 적자임을 강조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주상돈 기자 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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