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규칙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타수를 줄일 수 있다. 배수구에 공이 떨어지면 벌타 없이 구제받으면 된다.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골프규칙 덕봤네."

프로골프대회가 한창이다. 주말에는 공중파 방송에서도 중계가 나올 정도로 '빅 매치'가 줄줄이 열리고 있다. 골프마니아들은 프로 선수들의 샷을 보는 것만으로도 환호하지만 간혹 규칙이 적용되는 장면에서는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주 하이트진로챔피언십 최종일에는 한 선수의 공이 벙커 바로 앞에 놓여 있던 고무래에 걸리는 장면이 잡혔다.

고무래가 없었다면 바로 벙커로 직행했을 상황이었다. 아마추어골퍼에게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샷을 하기 위해 고무래를 치우면 공이 그대로 벙커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벙커에서 어려운 샷을 할 필요가 없다. 처음 놓여있던 자리에 다시 공을 놓고 치면 된다. 골프규칙이다. 워낙 까다롭고, 벌타 규정이 많아 마치 골퍼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처럼 알고 보면 고마운 규칙도 있다.

가장 흔한 사례가 바로 카트도로에 공이 떨어진 경우다. 그대로 놓고 쳤다가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움직일 수 없는 인공장해물이라 당연히 벌타 없이 구제받을 수 있다. 공이 놓인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구제 지점을 정하고 1클럽 이내에 드롭하면 된다. 발이 놓이는 위치(스탠스)가 카트도로에 걸려도 공을 옮길 수 있다. 배수구나 스프링클러 등도 마찬가지다.

코스 상태가 좋지 않아 보호가 필요하거나 공사 중인 '수리지(修理地)'도 벌타 없이 드롭이 가능하다. 골프장 측에서는 보통 수리지 주변에 흰 깃발을 꽂아둔다. 깃발 바깥쪽으로 홀과 가깝지 않게 1클럽 이내에 드롭하면 된다. 갑자기 내린 비 등으로 일시적으로 물이 고인 '캐주얼 워터'도 마찬가지다. 2개의 그린을 운영하는 골프장이라면 사용하지 않는 퍼팅그린에 공이 올라가도 역시 벌타 없이 그린 밖에 놓고 샷을 할 수 있다.

페어웨이 잔디 높이보다 짧게 깎여 있는 지점에 공이 박혔을 때도 무벌타 드롭이 가능하다. 떨어진 지점 근처에서 드롭할 수 있다. 규칙집에서는 '잔디를 짧게 깎은 구역'을 '러프를 지나는 통로나 페어웨이 잔디 높이나 그 이하로 깎은 코스의 모든 구역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공식 경기라면 경기위원이 결정하고 아마추어끼리라면 동반자들 간에 합의하면 그만이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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