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코레일의 목표는 용산역세권개발의 주간사를 바꾸는 것이다.” 송득범 코레일 사업개발본부장(드림허브 이사)이 지난 19일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 이사회가 멤버 10명 중 4명의 불참으로 파행된 직후 꺼낸 말이다. “코레일이 주장하는 단계적 개발방식이 관철되면 용산역세권개발(주)의 경영권 장악 의도를 철회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단호하게 말한 것이다.

그는 "롯데관광개발이 주도하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의 주간사를 외부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업체로 바꾸는 게 먼저고 그 이후 개발방식을 바꿔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는 게 순서”라고 했다.

이사회에는 롯데관광이 잠정적으로 갖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의 옛 삼성물산 지분 45.1%를 코레일이 인수하는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다. 이와 함께 '수권자본금 3조원 증액'과 ‘전환사채(CB) 2500억원 발행’등의 안건도 리스트에 올랐다.

이 같은 정황은 개발방식을 둘러싼 롯데관광과의 갈등 해소 여부와 상관없이 코레일이 무조건 용산역세권개발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 후에 대외신인도가 높은 업체에 주간사를 맡겨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선 용산역세권개발 주간사의 대외신인도와 외부투자 유치는 연관성이 적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인·허가 등 실무를 담당하는 회사로 외부투자 유치를 위한 신용은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담보해야할 몫이다. 즉 드림허브 1대주주인 코레일의 책임이란 얘기다. 한 개발사업 관계자는 “시행사의 대주주가 코레일과 서울시, 삼성물산 등이란 점은 해외투자자 입장에선 일종의 보증서”라고 말했다. 송 이사 스스로도 외부투자자의 대규모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을 설명하며 코레일의 신인도를 여러차례 언급한 적이 있다.

더욱이 코레일은 외부투자 유치를 담보해주는 신인도에 스스로 상처를 내는 우를 범했다. 수익성이 없다며 바꿔야 한다는 기존 개발방식도 1대주주인 코레일이 참여한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시장상황이 바뀌어 개발방식 변경에 대한 필요가 있다면 이사회의 동의절차를 거쳐 바꾸면 된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자발적으로 동의한 사업계획에 문제가 있다고 공언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는' 꼴이다.

코레일은 특히 이번 이사회에 삼성물산이 불참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코레일이 주장했던 유상증자와 단계적 개발방식에 대한 일관된 동조자였다. 이사회 불참은 사실상 등을 돌린 것이다. 코레일 혼자만의 주장에 사업이 극한 파행을 겪지 않도록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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