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가 특검에 소환돼 조사받는다. 현직 대통령의 자녀가 특검에 불려와 조사받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 대통령 일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팀(이광범 특별검사)은 25일 시형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시형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시형씨를 상대로 사저부지 매입경위와 매입대금의 출처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시형씨가 경호처보다 싼 값에 부지를 매입한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비용 결정 과정에 이 대통령 일가가 개입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청와대 경호처와 시형씨는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 9필지를 54억 원에 공동명의로 사들이며 각각 42억 8000만원과 11억2000만원을 부담했다.

시형씨는 앞선 검찰 서면조사에서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79)에게 빌린 6억 원, 어머니 김윤옥 여사 소유 논현동 땅을 담보로 농협 청와대 지점에서 대출받은 6억원으로 매입대금을 부담했다고 밝혔다. 시형씨는 우선 사저부지를 본인 명의로 사들인 뒤 사저 건립 무렵에 이 대통령 명의로 바꾸자는 아버지의 말에 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형씨에 대한 조사는 서초동 특검 사무실 5층 영상조사실에서 이뤄진다. 시형씨에 대한 신문은 특검법에 따라 검찰이 파견한 검사가 담당한다. 시형씨 측 변호인인 이동명 변호사, 특검 소속 계장과 특별수사관 등 모두 5명 안팎이 조사실에 입회하며 조사 과정은 전부 녹화된다.

특검팀은 현직 대통령의 자녀 신분 및 경호상의 문제 등을 고려 가급적 한 차례 소환으로 시형씨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시형씨는 대통령등의경호에관한법률에 따라 특검 조사를 전후해 청와대 경호처 직원들의 보호를 받는다.

이광범 특별검사는 시형씨 소환을 앞두고 "대통령 가족에 걸맞은 예우를 잘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신분과 경호상의 예우를 언급한 것 뿐 조사는 원칙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 특검은 "아무런 선입견과 예단도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시형씨에게 6억원을 현금으로 내준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한다. 특검팀은 당초 출국금지 대상에 올라 있던 이 회장이 전날 중국 출장에서 돌아옴에 따라 출석을 통보하고 소환일정을 조율 중이다. 특검팀은 이 회장 입국 전까지 출석을 미뤄온 이 회장의 부인 박모씨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박씨는 6억원의 전달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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