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창단 첫 아시아 무대 결승이 눈앞이다. 누가 봐도 유리해 보이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다른 의미에서 승리와 골보다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안일하게 나섰다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결코 쉽지 않은 경기다.

울산 현대는 31일 오후 7시 30분 부뇨드코르(우즈벡)을 홈으로 불러들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을 치른다. 선수단은 24일 1차전 원정에서 3-1 대승을 거뒀다. 안방에서 0-2로 패하더라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결승에 오를 수 있다.

가장 큰 적은 방심이다. 2004년 성남 일화의 패배가 반면교사다. 당시 성남은 ACL 결승 1차전 원정에서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에 3-1로 승리했다. 그러나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0-5로 대패하며 다잡았던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안방에서 안일한 플레이를 펼친다면 자칫 성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원정에서 승리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축구"라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방심하지 않고 홈 팬들에게 기쁨을 안겨드리겠다"라고 말했다. 발맞춰 "최대 공격이 최대 수비"라며 공격적 전술을 펼치겠다는 생각도 함께 전했다.

딜레마는 여기에서 공존한다. 공격적 전술과 적극적 자세는 격렬한 경기로 이어지고, 나아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ACL은 준결승-결승 사이 경고 누적이 유효하다. 울산은 김신욱·곽태휘·김영광·하피냐·이호·강민수 등 6명이 경고 한 장씩을 받았다. 모두 대체 불가능한 팀의 주축들이다. 자칫 2차전에서 옐로 카드를 받는다면 경고누적으로 결승전에 나설 수 없다. 주전 의존도가 높은 울산으로선 절대적으로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경고만큼 부상도 피해야 한다. 선수들은 최근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왔다. 수비진에서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이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최성환은 이미 시즌 아웃됐고, 최근 부상에 복귀한 이재성은 아직 몸 상태가 정상과 거리가 멀다. 상무에서 제대한 김치곤 역시 명단 미등록으로 ACL에서 뛸 수 없다. 곽태휘나 강민수 가운데 하나라도 부상으로 쓰러지면 상당한 전력 누수가 생기는 셈. 그렇다고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면 섣부른 방심 못잖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이 같은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하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느냐가 2차전에 나서는 울산의 최대 과제라 할 수 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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