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4대강'과 '가족'.

매출 700~800억원 언저리를 오가던 삼천리자전거가 사상 최초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두 가지 키워드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는 3분기 누적 매출 9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769억원) 대비 23% 증가했으며, 전년도 연매출(897억원)마저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4분기가 자전거 판매 비수기임을 감안해도 연매출 1000억원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삼천리자전거는 업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전거 시장의 영세성으로 인해 매출액 규모가 700억원~800억원에 그쳤다. 주요 수요층이 10대~20대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저가 자전거 매출 비중이 현저히 높았고, 자전거 전용도로의 미비로 환경 조성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전거가 학생들의 이동수단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건강을 지키는 운동기구로 인식이 바뀌면서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과거에는 어린 학생들이 통학용으로 20~30만원짜리 자전거를 많이 구매했다면, 요즘에는 성인들이 30~50만원대의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찾는다"며 "자전거 수요층이 학생층에서 성인층으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젊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ㆍ노년층의 자전거 사용도 늘고 있다. 전 가족이 자전거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된 셈. 여성층의 경우 디자인을 강조한 미니벨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중ㆍ노년층의 경우 건강 증진을 위해 수백~수천만원대의 MTB 자전거에 선뜻 돈을 쓰고 있다. 김석환 삼천리자전거 대표는 이같은 트렌트에 맞춰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해왔고, 최근에는 기아차와 함께 150만원대의 고급 자전거까지 출시해 고급화된 소비자들의 입맛을 겨냥하고 있다.
　
4대강 자전거길이 완성되면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실제로 삼천리자전거의 매출 그래프는 4대강 자전거 사업의 진전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 2007년 638억원, 2008년 757억원, 2009년 833억원을 기록했던 삼천리자전거의 매출은 2010년 다시 733억원으로 꺾였지만, 지난해 남한강ㆍ문경새재 자전거길이 개통되면서 매출이 다시 89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어 올해 4월 금강ㆍ영산강ㆍ낙동강 등 총 1757km에 달하는 자전거길이 정식 개통되면서 자전거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자전거 인프라 확충은 전통적인 시장의 비수기 구분마저도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11월~2월은 추운 날씨로 인해 자전거 수요가 급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동호회 등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겨울 매출마저 늘고 있는 것. 지난 2009년 168억원, 2010년 147억원 수준이었던 삼천리자전거의 1분기 매출액은 2011년 183억원, 올해 223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올해 매출 1000억원은 쉽게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히트상품이나 특정 제품군의 인기에 힘입은 것이 아니라, 자전거 시장 전반이 확대되면서 매출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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