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영국 경제가 이른바 '좀비 컴퍼니' 탓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좀비 컴퍼니란 대출 원금은 줄이지 못하고 이자만 갚을 수 있는 기업을 말한다.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기업회복 전문가들의 모임인 'R3'의 자료를 인용해 영국 기업 10개 가운데 1개가 좀비 컴퍼니로 조사됐다고 전했다.통화 당국의 지나친 통화 완화 정책과 대출 기관의 악성 대출 탕감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4개월 사이 영국에서 좀비 컴퍼니 수는 10% 늘어 16만개에 이르렀다. 좀비 컴퍼니가 영국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R3의 리 매닝 대표는 "더 많은 기업이 좀비로 변하고 있다"며 "이는 저금리와 파산 비율 감소, 방향 잃은 기업 운영이 결합해 만들어진 썩은 경제의 징후"라고 평했다.

R3와 같은 기업 재편을 선호하는 업체들은 초저금리를 통해 기업 부도를 막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성장으로 장기간 침체를 겪고있는 일본형 경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처음으로 좀비 컴퍼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BOE는 지난주 중기 생산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좀비 컴퍼티가 성장둔화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BOE에 따르면 2010년 현재 기업 10개 중 3개에서 계속 적자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보다 30% 높은 비율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기업 파산율은 1990년대보다 훨씬 낮았다.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이 문 닫지 않고 적자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좀비 컴퍼니를 당장 청산할 수도 없다는 것도 딜레마다. 아무리 좀비 컴퍼니지만 경기 침체기에 일자리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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