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법원 경매장으로 나오는 종교시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나치게 교회나 사찰이 늘어난 것은 물론 경기침체 장기화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11월 현재 법원경매에 나온 종교시설(교회, 사찰 등 기타 종교시설 포함)의 총 물건은 272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경매장에 나온 물건 수(251개) 보다 약 10% 증가한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종교시설 경매 물건은 300개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경매장에 나온 종교시설 물건 수는 2008년 181개, 2009년 227개, 2010년 299개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이후 2011년 251개로 다소 감소했지만 올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종교시설 경매 물건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찾는 사람들이 없어 종교시설 낙찰률은 지속 하락하고 있다. 2010년까지 19~20%선을 보이던 낙찰률 2011년 15.54%, 올 해 15.07%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종교시설이 경매장에 나오면 해당 종파에서 다시 낙찰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종교시설 물건의 낙찰률이 꾸준히 하락하는 것을 보면 종교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00년대 중반 대출을 받아 건물을 증축했거나 신축한 이후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로 넘겨진 물건들도 눈에 띈다. 종교시설은 건물·토지의 면적이 큰 경우가 많아 단일 경매물건 중에서도 고가에 해당한다.

문제는 종교시설을 경매로 낙찰받더라도 종교시설 이외 용도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종교단체가 아닌 개인·기관이 확보해도 활용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 연구원은 "종교시설은 물건 특수성에 따라 여러 차례 유찰을 거치며 감정가대비 최저가가 크게 낮아져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낙찰 후 활용방안이 뚜렷하거나 용도변경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섣불리 입찰에 나서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