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졸업생 박기범씨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시각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중증종합 1급 장애인이 한국은행 신입직원 정기채용에 최종 합격했다. 주인공은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08학번인 박기범(사진ㆍ23ㆍ남)씨다.

한은이 지난해 2급 장애인을 채용한 적은 있지만 1급 중증 장애인을 뽑은 것은 박 씨가 처음이다. 박씨는 안경을 쓰고도 시력검사판의 글씨를 보지 못할 정도로 시력이 나쁘다. 또 중학교 때 뇌출혈을 일으켜 뇌병변도 갖고 있다.

박 씨는 "시험문제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신체적 약점을 암산과 빨리 풀기로 극복했다"며 "장애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 꿈의 장애물은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글을 읽는 속도도 느리고 몸의 움직임도 둔해 그는 전남 화순 능주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에는 전교 180명 가운데 160등이었다. 그러나 집중력과 암산 등을 활용해 졸업 때는 전교 5등까지 오르게 됐다.

장애를 자신만의 장점으로 극복한 박 씨에게도 난처한 일이 있다. 바로 '물건이 떨어졌을 때'다.

박 씨는 "어떤 물건이라도 손에서 떨어지면 보이지 않아 찾지 못하게 된다"며 "그럴 때마다 주변에 계신 분들이 찾아줘 주변 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도움에 보답하고자 박 씨는 한은에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뒤흔들었던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예측해 대응하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는 각오다. 그래서 올해 취업준비 때도 다른 기관이나 회사는 아예 지원하지 않고 한국은행 단 한 곳에만 응시했다.

박 씨는 "한은에서 일을 시작하면 성장기에 겪었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세계적 경제 위기를 예측해 대응하는 일에 젊음을 불태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첫 1급 중증장애인을 선발한 한은은 박 씨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부서에 배치할 계획이다. 또 조만간 선발할 일반사무직 15명 가운데 3명을 장애인에게 할당하는 등 장애인 문호를 더욱 넓힐 예정이다.

지금까지 경제ㆍ경영ㆍ법ㆍ통계ㆍ컴퓨터 등 5대 전공에 한정해 신입직원을 채용했던 한은은 올해 처음으로 '자유전공' 분야를 신설해 3명을 뽑았다. 이들의 전공은 수학ㆍ노문ㆍ중문학이다. 평소 문사철(文史哲)을 강조해온 김중수 총재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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