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승진 예정 인원의 30%를 선발하는 추천 승격 제도를 전면 폐지한다. 대신 성과와 역량을 중심으로 한 승격 포인트 제도를 도입하고 심사 시 외부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블라인드 면접과 역량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또 납품 비리의 오명을 벗기 위해 구매와 자재 공급 프로세스를 수정할 방침이다.

한수원은 지난 1일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세미나실에서 구매ㆍ자재, 혁신 관련 차장과 직원, 각 원전 본부 및 사업소 직원 80여명이 모인 가운데 '조직 쇄신 및 구매 프로세스 혁신' 워크숍을 갖고 이 같은 혁신 방안을 도출했다. 김균섭 사장은 이날 모인 다양한 의견을 회사 정책에 모두 반영하고, 빠르면 이달 중순부터 본격 도입할 것을 지시했다.

승격 제도 개편과 함께 근무 평가 제도를 확립하기로 했다. 평가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승진 누락 등의 사유로 인한 업무 해태자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인사 이동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지역 유착 가능성을 고려해 대외 접점 업무와 전문 업무, 일반 업무로 구분해 순환 주기를 결정하는 '전문 직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발전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정 자격과 실력을 갖추도록 하는 이른바 '보직 인증제'를 인사 제도로 체계화 할 방침이다.

한수원은 원전 기자재 공급과 관련해 잇단 부조리가 발생됐던 점을 감안해 전사적으로 업무 프로세스 경영(Business Process ManagementㆍBPM) 기반의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BPM은 최적화 된 업무 프로세스를 정보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통합, 업무 진행을 가시화하고 자동화하는 경영 혁신 기법.

우선 비리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수요 부서와 납품 업체 간 유착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구매규격서 작성 및 견적 접수 등을 수행하는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또 원전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자재의 구매를 본사로 이관하도록 할 방침이다.

최근 문제가 됐던 품질검증서 위조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앞으로는 품질 검증기관 또는 원제작사로부터 품질검증 서류를 직접 접수토록 할 계획이다. 또 자재 인수검사 전담팀을 신설하는 한편 사업소 품질보증 조직을 본사로 통합, 품질보증 관리 기능을 강화한다.

한수원은 이날 워크숍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토대로 구매ㆍ자재 및 품질 관리의 BPM 시스템을 내년 3월까지 구축, 우선 시행키로 했다. 아울러 재무와 회계, 시운전, 방사선 환경 관리 등 16개의 업무 프로세스를 포함한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해 BPM을 적용, 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정하황 기획ㆍ지역협력본부장은 "기본과 원칙이 준수되는 정직한 기업을 만들고 지금의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원전 산업의 기틀을 조성하자"고 당부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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