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금융감독원이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중난동과 관련해 진상조사에 나선 것은 최근 KB금융을 둘러싼 경영현안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5일 "단순한 취중 소란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외이사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발생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최근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 회장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들의 태도는 강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어 회장의 이 같은 행위가 ING생명 인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낸 일부 사외이사들에게 위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는 결국 M&A라는 중요한 안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에게 심하게 대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의사결정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겠냐. 강압적인 분위기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로 예정된 KB금융지주의 이사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이사회에서는 ING생명 인수에 대해 최종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해진 만큼 어 회장의 취중 난동이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측은 이날 오전 KB금융 부사장 2명을 불러 ING생명 인수를 둘러싼 경영진과 이사회의 갈등 상황에 대해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데 이어 베이징사무소 등을 통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어 회장은 지난달 20일 국민은행 중국 현지법인 개소식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 사외이사 및 고위 임원들과 함께 한 저녁 술자리에서 고성을 지르며 술잔을 깬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은 사외이사 일부가 ING생명 인수에 부정적인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사심없이 추진하는 일인데 왜 충정을 몰라주느냐"며 분노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당시 어 회장이 스킨십 강화 차원에서 얘기하다가 술잔이 깨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취기가 오른 상황에서 리액션이 커지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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