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엿새 후면 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누군가가 당선되겠지만, 누가 당선된다고 해서, 범부(凡夫)들의 삶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아하, 오해는 하지 마시길. "~하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묵겠지"류의 체념과 냉소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군사독재 이후 선출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으로 이어지는 역대 정권에서 일상의 삶이 대통령 때문에 바뀐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선거 캠프에 들어간 이들은 좀 바뀌었을 법하다. 자신이 미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도 들어가고 한자리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평생하는 것도 아닌데, 어차피 임기 끝나면 한자리 했다는 것 조차도 명예만 남는다. 사람은 다 제 깜냥대로 사는 것이다. 그것을 넘는 삶을 살았다면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오게 돼 있다.
　
정확히 1년전 쯤 바로 이 칼럼을 통해 '18대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얼까'를 질문했더랬다. 당시의 글을 찾아보니 이렇게 썼다. "지금은 안철수가 기성 정치인들을 올킬(All kill)시킨 형국이다. 그렇다면 1년 후 대선에서 국민들은 누구를 선택할까. 착한 이명박일까. 보다 합리적인 노무현일까. 아니면 민주적인 박정희일까."
　
나름 분석한답시고 썼는데, 지금와서 다시 읽어보니 이것도 독자들을 상대로 사기친 것 같다. '시대정신'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시대정신이란 사후적으로 해석되는 것일 뿐인데.
　
우리의 착각은 대통령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대통령과 국민의 불행이 시작된다. 기대가 희망이 되고, 그 희망이 낙관을 낳는다면 그런 기대는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기대는 실망을 낳고 그 실망은 냉소와 혐오, 그리고 좌절로 이어진다. 정치의 영역에선 특히 그렇다.
　
그러니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냉정하게 따져봐도 "박근혜가 만드는 세상과 문재인이 꿈꾸는 세상"은 그다지 다를 게 없다. 박근혜의 개혁과 문재인의 새정치 사이에도 큰 차이는 없다. 두 사람 다 상식적으로 살아왔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영 황당한 사람들만은 아니다. 굳이 공약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정책적인 차이도 크지 않다.
　
사상이나 이념에서? '사상'이란 프레임 자체가 일부 언론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더러 둘 다 종북(從北)도 아니다. 사안에따라 박근혜는 문재인보다 훨씬 진보적이고, 문재인은 박근혜보다 훨씬 보수적이다.
　
다만 거짓말을 하거나, 앞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한 말이 다르며, 상황에따라 말 바꾸기를 하는 사람은 좀 곤란할 듯 싶다. 사실은 그런 대통령도 몇 분 있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은 이렇게 발전해왔다. 그래서 고대 아테네에서 주요 공직을 추첨으로 뽑았듯, 대통령을 제비뽑기로 선택한들, 뭐 크게 잘못되지는 않을 것 같다.
　
대신 기대는 스스로에게 하자.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있는 분별력을 갖도록, 증오나 분노가 그 분별력을 삼키지 않을 정도의 판단력을 갖도록, 그리고 그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을 정도의 체력과 용기를 갖도록 말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뀐다. 그리고 습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그렇다면 결국 매순간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이 나의 인생을 바꾸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바꾸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생각하지 않고 살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조엘 오스틴, 긍정의 힘)
　
19일의 대통령선거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각'을 확인하는, 나아가 나 '자신'을 확인하는 장이다.

이의철 부국장 겸 금융부장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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