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인도-아세안 자동차경주대회'가 개막됐다. 자카르타를 출발해 미얀마, 베트남 등 아세안(ASEAN) 국가 도시들을 경유해 인도의 수도 델리까지 달리는 코스이다. 총 주행 거리는 약 8000㎞로 오는 20일 델리에서 막을 내린다.
　
바로 이날부터 이틀간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주관하는 인도-아세안 정상회담이 델리에서 열린다. 올해는 인도와 아세안이 협력관계를 맺은 지 20년이 되는 해로, 랠리는 이를 기념해 개최하는 행사이다.
　
이에 앞서 지난 9월15일 인도 서남부 항구 코치에서는 인도 해군함인 수다르시니가 아세안 10개국을 방문하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아름다운 여인 순다리'를 뜻하는 이 해군함정은 미얀마의 시트웨 등 13개 항을 거쳐 내년 3월에 6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낸다. 이 해군함의 아세안 국가 항해목적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이 지역 옛 교역항로를 다시 개척하기 위해서이다.
　
'인도-아세안 자동차경주대회'나 인도 해군함의 아세안 해역 대장정은 서남아시아에 속한 인도가 최근 미얀마 등 아세안 지역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사의 일환이다. 양 지역이 지리적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고, 교역과 문화 등 상호협력 가능성이 많음을 보여주기 위한 취지이다.
　
이와 관련해 싱 총리는 지난 5월 미얀마의 테인 세인 대통령과 만나 "자동차랠리와 해군함 대장정 등 행사는 인도와 미얀마가 해상과 육로, 항공을 통해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행사"라며 "인도는 미얀마와의 협력관계 발전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인구 12억의 거대시장 인도와 문호개방에 나선 자원부국 미얀마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미얀마는 인도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일한 동남아 국가이다. 또한 미얀마는 과거 영국 식민지시대에 인도의 한 주로 편입되어 통치된 적이 있다. 그러나 양국 관계는 독립 이후 오랫동안 소원했다. 그 주된 이유는 미얀마에 군사독재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인도는 미얀마 군부정권을 비난하며 거리를 두었다.
　
그러는 사이에 미얀마는 점점 중국의 영향력하에 들어갔다. 인도로선 마냥 이를 지켜볼 수 없었다. 인도는 1990년대 초 경제개방을 하면서 '동방정책'이란 기치하에 미얀마 군부정권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인도는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미얀마 정부가 개방과 민주화에 나서면서 인도정부는 자연스럽게 미얀마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인도로선 자원이 풍부한 인접국 미얀마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지역 주도권을 중국에 내줄 수 없다는 인도정부의 강한 의지도 한몫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도는 우선 양국 간 육상도로를 연결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야심차게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바로 '인도-미얀마 간 우정의 하이웨이'다. 이는 인도 동부 대도시인 콜카타에서 아삼주의 구와하티, 미얀마의 양곤과 만델레이를 거쳐 태국까지 이르는 거대한 슈퍼 하이웨이를 건설하는 방안이다. 인도는 미얀마 내의 인프라건설을 위해 이미 5억달러를 미얀마에 지원했다. 향후 경제발전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미얀마로선 인도의 협력방안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최근 우리 기업들도 미얀마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미얀마 진출 시 물론 독자적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으면 좋지만 인도 등 다른 나라의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쨌든 거대시장 인도와 미얀마 시장 진출을 활발히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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