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사장)가 "회사에서는 갤럭시, 집에서는 아이폰을 사용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 소송으로 격돌한 상황을 고려하면 대단히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애플과 경쟁에서 우위에 섰다고 판단한 삼성전자의 보다 유연해진 내부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손영권 사장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힘은 개별 제품이 아니다"라며 "소비자들은 아이클라우드와 같은 에코시스템을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사장이 집에서는 항상 맥, 아이폰, 아이패드를 사용한다고 말한 것은 연결된 에코시스템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가운데 나왔다. 그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가장 큰 차이점이 에코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손 사장은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6000마일 떨어져 있는 한국의 가족들과 내 일정, 연락처 등을 공유할 수 있다"며 "정말 흡입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클라우드는 기기가 아닌 서버에 사용자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아이폰, 아이패드, 맥에서 언제든 데이터를 불러와 쓸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애플 제품을 하나로 통합하고 동일한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 게 장점이다.
　
반면 삼성전자 제품은 '디바이스 중심적'이며 연결된 에코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손 사장은 자신이 쓰고 있는 갤럭시 넥서스를 가리키며 "내 생각에는 갤럭시 넥서스가 (아이폰보다) 더 좋다. 디스플레이도 좋고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정말 중요한 것은 연결된 에코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다른 어떤 제조사보다 소비자들과 상호작용하는 기기를 많이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가 주는 경험은 디바이스 중심적이다. 연결된 방식이 아니라 제품별로 각각 경험을 해야 한다. 삼성이 정말로 필요한 것은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에코시스템이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도 이 부분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손 사장은 "우리는 디바이스, 디스플레이, TV 등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플랫폼을 갖고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이 모든 디바이스를 통합하고, 이 디바이스로부터 나오는 데이터를 관리하고, 에코시스템의 혁신을 추구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정보기술(IT) 업계의 주요 성장 동력은 이 같은 모바일 에코시스템을 포함해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를 성장시키는 에너지에 대해서는 ‘강박관념(paranoid)’으로 평가했다. 그는 "인텔에서 근무할 때 창업자 앤디 그로브는 '오직 강박관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며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손 사장은 "우리는 혁신과 능력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고 헬스케어 등 새로운 영역으로도 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영권 사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한국인으로 영어 이름은 ‘손영’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경영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인텔코리아 사장, 퀀텀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지사장, 애질런트테크놀로지 사장(반도체 부문) 등을 지냈다. 지난 8월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부품 분야에서 신기술을 찾을 실리콘밸리 스트래티지&이노베이션센터를 이끌고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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