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일본 총선에서 대규모 양적완화를 전면에 내세운 자민당이 압승하면서 당분간 엔화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같은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日총선 자민당 압승, 엔화 환율 주목해야'라는 보고서를 내고 자민당의 양적완화 정책과 보수 성향의 외교·안보 정책 등이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이후 4년 이상 지속돼 온 기록적인 엔화 강세가 최근 약세로 돌아선 데다 신임 총리 지명이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의 엔고 저지 및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탈출을 위한 양적완화 정책 의지가 커 당분간 엔화 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엔화 강세가 이어진 점을 고려할 때 엔화 약세가 한국 수출 경쟁력을 단번에 떨어뜨리지는 못할 전망이다. 또한 과거에 비해 한국 제품과 일본 제품의 품질 격차가 줄어든 점과 한일 기업 모두 해외 생산을 확대해 환율 변동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진 점도 엔화 약세의 부정적 영향력을 차단하는 요인 중 하나다.

문제는 최근 엔화 약세와 함께 원화 강세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엔저·원고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경우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대일(對日)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지켜온 가경경쟁력 우위를 일본산 제품에 뺏길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 수출업체 789개사를 대상으로 엔화 약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41.0%는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 기업과 경쟁이 없어 영향이 없다는 답변이 50.6%, 한국 기업이 경쟁력 우위에 있어 영향이 없다는 답변이 4.6%, 일본 수입 비중이 커서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3.9%로 나타났다.

신임 아베 정권의 우성향 외교·안보 정책도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대중(對中)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아베 정권이 강경 입장을 취할 경우 한일 및 중일 간 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다. 이 경우 내년부터 협상이 본격화될 한중일 FTA 협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명진호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수석연구원은 "기업은 엔저·원고 등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품질·디자인 등 비가격 경쟁력 강화와 함께 결제 통화 다변화 등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정부는 일본의 우경화가 우리나라 수출 및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대책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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