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애플이 미국 법원의 최종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공격하기 위해 특허를 사들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법원이 애플의 핵심 주장을 기각하고 미국 특허청(USPTO)이 주요 특허를 줄줄이 무효화하면서 애플도 다급해진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씨넷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이번주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상급법원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17일 최종판결에서 삼성 제품 26종을 미국 내 영구 판매금지 해달라는 애플의 요청을 기각했다. 루시 고 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의 소비자층을 상당 부분 침해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완전히 침해했다거나 애플의 스마트폰 사업을 무력화시킨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재 애플은 루시 고 판사의 명령, 판결 등과 관련해 연방순회 항소법원에 항소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항소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 최종판결이 8월말 배심원 평결과 비교해 애플에 상당히 불리하게 나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판결의 핵심 쟁점은 삼성 제품 판매금지 여부, 손해배상액인데 법원은 이 중 한 사안에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손해배상액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루시 고 판사는 앞서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업계에서는 감액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또 삼성전자의 페이스타임 특허 침해 주장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법원에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미국 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추가소송을 제기했는데 당시 문제삼은 특허가 페이스타임 기능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애플은 법원에 문서를 제출해 삼성전자가 추가소송을 제기하기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해당 특허를 사들였으며 특허 구입 시기가 교묘하다고 지적했다.

다급한 애플과는 달리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에 놓인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특허청(USPTO)이 애플의 핀치투줌 특허를 무효화하자마자 법원에 이 사실을 전달했다. 이 특허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아래위로 움직이거나 화면을 확대하는 기술이다. 미국 배심원단이 삼성전자가 해당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해 최종판결에서는 손해배상액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권해영 기자 roguehy@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