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잘 뽑았지. 잘 뽑았어." "그러니까. 막말로 자식이 있어, 욕심이 있어. 제대로 잘 뽑은 거야."

23일 오늘도 어김없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동네 목욕탕 내 사우나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동네 아줌마들이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후보가 당선된 것을 놓고 한바탕 얘기를 펼치고 있었다.

"이 나라에서 여자가 대통령이 됐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 여자가 어딜 나서냐고 한 게 엊그제인데 말야."

장수 엄마는 주위 사람의 보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변에서 얼마나 사람들이 잘 보필하냐가 앞으로 관건이지 뭐. 솔직히 대통령 혼자서 됐나. "

"그니까요. 주변 참모진들이 욕심 안 부리고 잘 모셔야는데.."

이번 선거에서 젊은 층과 나이든 연령대의 후보에 대한 격차가 큰 것도 화두로 올랐다. 사우나 안은 40-50대 아줌마들이 대다수여서 인지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선거 날 중학생 손녀가 묻더라고. 할머니는 누굴 찍을 꺼냐고. 나야 니 할아버지가 박근혜를 좋아하니 할아버지 따라서 찍어야 되겠지라고 하니 아빠는 문재인이 좋다고 하던데요 그러는거야. 그래서 내가 너는 누가 더 좋을 것 같냐고 물으니 저야 투표권이 없지만 왠지 문재인 후보가 더 깨끗하고 인자해보인다라고 하더라고."

"그러게 우리 대학생 두 넘들도 모두 문재인 후보 찍었어. 젊은 애들은 문재인후보에 죄다 몰렸더라니까. 솔직히 문 후보도 사람은 괜찮지. 주변 사람들이 문제지. "

한참 얘기가 오가던 중 갑자기 지역색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제는 지역색 따지면서 영호남 갈르는 사람들도 반성 좀 해야 돼. 아니 다 잘먹고 잘살고 그래야지 어디 지역애는 안된다는 게 어딨어."

얘기를 듣던 민서 엄마가 갑자기 맞장구를 치며 목소리를 높인다. "아, 말도 마. 얼마전에 부녀회장 뽑는데 그 왜 신발집 여자가 나는 남편이 호남사람이라 안된다는 거야. 아니 그게 말이 돼? 그래서 내가 그 여자찾아가서 당장 호남사람들한테 공개적으로 얘기해서 망신당하게 하기 전에 사과하라고 했어. 남편이 호남인게 무슨 상관이야."

옆에 있던 강주 엄마가 혀를 차며 도운다. "아니 어이가 없네. 호남 사람은 다 성품이 안좋다는 거야 머야. 그런 고리타분한 생각하는 사람이 지금도 있다는 게 문제야."

그러자 민서 엄마가 갑자기 예전 결혼스토리로 말을 이어간다. "솔직히 처음에 우리 남편이랑 결혼할 때 우리집 식구들도 반대를 했어. 호남사람에 대한 그런게 있으니. 근데 결국 사람 됨됨이보고 저런 남자면 괜찮다고 허락하셨잖아. 처음엔 마음에 안들었지만 그래도 괜찮더라고."

얘기를 듣던 성희 엄마가 "아이고 형님, 성공하셨네요. 형부랑 알콩달콩 하시니."라고 받아치자 "먼 얘기여. 살면서 이제까지 그 사람이 끝발나게 좋았던 적이 없어.꺄르르"하며 농을 친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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